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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솔 Oct 13. 2021

유독 생각이 많은 아이

어쩌면 생각 없이 사는 것은 큰 행복일 것이다.



나는 왜 이렇게 잡생각이 많고 사소한 일에도 걱정이 많은 거지? 


언제부터였을까? 언제부터 나는 이렇게 수많은 생각들과 걱정들, 그로 인한 알 수 없는 불안들과 같이 공존하게 되었을까? 

나는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 깊게 생각하고 걱정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생각들은 나에게 이롭게 작용하는 생각이 아닌, 부정적인 생각과 걱정들이 대부분이었다.


' 만약 oo 되면 어떡하지? '
' oo 하면 무슨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겠지? '


이렇게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를 생각들과 불안이 종종 머릿속을 지배해 힘들게 만들곤 한다.

난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러한 사고로 인한 불안의 강도가 극도로 높았던 사람이었다.



브런치 작가 심사에 통과했다는 메일을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나의 첫 글은 어떤 글을 쓸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봤다. 오늘 다룰 주제는 다소 무거웠던 나의 과거를 꺼내보는 시간이고 어떻게 극복하고 바뀌었는지 변화된 나의 생각들과 가치관, 마인드에 대해서 공유하는 글을 발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평범함 속의 치열하고 어두웠던 짧은 과거를 공개하고 이야기하려고 한다.


고통의 시작, 강박증


정신질환 중에서는 자신이 하기 싫은 사고로 인해 불안을 가져오는 질환을 강박사고라고 하고 그 강박사고를 없애려고 하는 행동이 강박행동이라고 한다.

나는 학창 시절 심한 강박증 증상으로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강도 높은 강박장애를 겪은 시기가 있었다.

물론 강박증 증상은 아직 완치가 되지는 않았지만 16살~19살 고등학교 무렵 애 강박사고 증상이 절정에 다다른 시기였다. 


강박증에 대한 개요는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병적인 강박증과 강박적 성향과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병적인 강박증의 고통은 겪어보지 않는 이상 절대 알지 못할 것이다. 보통 강박증이라고 하면 결벽증과 많이 연관을 짓기도 하고 그래서 연예인으로 예를 들면 서장훈, 브라이언 님과 같은 분들을 지칭하기도 한다.

물론 이들 내면까지 내가 알지 못하고 정신건강을 연구하는 전문의가 아니기에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고 판단할 수 없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두 분이 미디어에서 보여준 행동들을 생각해보면 아마 이분들은 강박증 환자가 아닌 강박적 성향의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강박적 성향과 강박증은 명확한 차이가 있다. 강박적 성향은 자신이 하는 사고를 추구하고 원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의적으로 스스로 하는 사고와 행동이라는 뜻이고, 질병으로 분류되는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의 강박증은 자신은 원하지도 않고, 자신의 가치관과는 정반대면서 비현실적인 사고가 머릿속에 끊임없이 마치 누가 집어넣기라도 하는 듯 떠오른다는 것이고 그 생각을 억지로 지우기 위해 그와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쉽게 예를 들어서 내 손에 세균이 가득해 자신을 오염시킬 것만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 끊임없이 반복해서 떠오른다. 이 생각이 비현실적이고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는 것을 본인도 잘 알고 있지만 본인 스스로 이 생각을 떨쳐내거나 지울 수 없다, 그로 인해 불안감이 찾아오고 그 생각과 불안을 없애기 위해 자신의 손에 피가 날 때까지 손을 씻는다. 이것이 오염 강박증이다.


다른 예로는 가스밸브를 안 잠그고 나와서 우리 집에 큰 사고가 일어날 것 같다. 집 밖에 나오기 전에 가스밸브를 잠그고 나왔다는 것을 확인했고 인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래도 그러한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에 떠나지 않고 누가 강제로 생각을 집어넣는 것처럼 반복되어 떠오른다. 그렇기에 몇 번씩이나 집에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해서 확인하여 약속시간에 늦거나 지각을 한다 이것이 확인 강박증이다.


또 다른 예로는 본인에게 아주 소중한 사람들을 본인이 칼로 찌르거나 해를 가할 것만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떠올라 괴롭게 한다. 그래서 날카로운 물건을 제대로 잡지도 못하고 무서워하고 피한다 이것이 공격 강박증이고 집안에 정리가 되어있지 않거나 본인이 정한 각도에 어떠한 물건이 놓여있지 않으면 무슨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고 그것이 머릿속을 지배해 온통 그 생각들로 가득 차 정리를 안 하고 싶어도 안 할 수가 없다. 이것이 정리 강박증이다.


나는 강박증이 16살 때 처음 발병하였고 삶이 한순간에 고통스러워지는 인생으로 바뀌는 것을 체감하였다.

12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강박증에서 완전히 헤어 나오지는 못할 정도로 강박증이 일어난 것은 내 인생에 가장 큰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였다. 

강박증의 영향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내 성격이 원래 이랬던 걸까? 나는 사소한 것에도 걱정과 불안이 생기는 아주 피곤하고 정신적으로 많이 약해진 아이가 되어 있었다.

내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암에 전조증상이 아닐까? 라며 호들갑을 떨고 어떠한 일에 지원한 결과 메일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역시 떨어졌구나, 라며 자책을 한다. 영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러한 성격이 때때론 예방의 효과를 불러일으켜 이로운 상황을 만들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대입했을 때는 아주 많은 스트레스를 나에게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격이 발전했던 것일까?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고 난 후에는 점점 더 불안해지며 생각이 많아졌고 나는 생각은 많으나 행동은 하지 않는 아주 찌질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러면서 내 스스로 변명을 둘러대기 시작했다.





이건 뭐 때문에 안돼, 이건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없어


이렇게 본인 스스로 답을 먼저 정해버리고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어렵다, 경제적 여건이 안된다, 시간이 없다, 등 온갖 핑계란 핑계는 다 같다 붙이면서 내 스스로 도전 행동의 제약을 걸어버렸다. 그 결과 나는 당연히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몸만 커버린 어른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진짜 못된 것은 그 귀책사유를 내가 아닌 남에게 찾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부모님이 지원을 안 해줘서 그런 거야, 이번 일은 내 문제보다 다른 사람들 문제가 더 있었어 라며 나를 스스로 더 못난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한참 루저 인생을 살던 중 나를 바꿔 준 유튜브 방송이 있었다. 신사임당이라는 자수성가로 몇 개의 사업을 성공시키고 그의 성공 방법이나 마인드를 공유해주는 아주 유익한 방송을 하는 자기 계발 유튜버가 있었고 그 유튜버의 생각과 마인드, 조용하지만 팩트로 날리는 피드백은 나에게 아주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동안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나의 실패가 나의 탓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근데 조금만 생각의 방향을 바꾸니 전부 다 나의 탓이었던 것이다. 


사람마다 환경은 다를 수 있고 누군가는 조금 더 유리한 환경에 누구는 불리한 환경에 처해 시작이 같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성공과 실패를 나눌 수 있는 근본적인 조건이 될 수 없다.

나는 항상 나의 환경과 주변을 탓하면서 변명만 하기 바빴고 정작 자신은 어떠한 이득을 취하기 위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몸이 건강해지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서 선천적으로 안 좋게 태어난 건강을 원망하며 나의 상황을 탓했고 , 똑똑해지기 위해 공부를 하지 않으면서 공부머리가 없다고 판단했고, 무언가를 배우지 않으면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기준을 세워버렸던 것이었다. 온갖 생각과 걱정은 그렇게 많이 하고 다니면서 이 심플한 생각은 그동안 한 번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너무 많은 생각은 나의 행동의 제약을 걸 수 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본인도 모르게 나는 생각들을 억지로 제어할 수 있지는 않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고 억지로 제어하려다 보면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더 나기 시작해 역효과가 난다. 그냥 생각은 생각나는 대로 두는 것이 가장 편하다. 그렇지만 생각은 결코 정답이 아니고 내가 하는 생각들이 '나'라는 오해를 하지 말아야 하고 나의 행동에 대한 의심을 거두어야 한다. 

이 훈련을 반복해서 해야 점차 나를 바꿀 수 있고 나 역시 이 훈련에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지만 꾸준한 반복이 정답이라고 믿으면서 점점 나 자신을 바꿔가기 시작했고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어쩌면 생각 없이 사는 것은 큰 행복일 것이다.


어른들이 가끔 철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지칭해 이러한 말을 하는 걸 종종 듣곤 한다.  

'저런 저 생각 없는 놈'  이라면서 그들을 비판하거나 비하할 때 하는 발언이다. 그런데 생각 없이 산다는 것은 아주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이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또한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을 안 하고 산다는 것은 아예 불가하다. 아마 이 세상에서 가장 유익하고 현명한 사람은 할 생각만 하는 사람일 것이다.


이것은 지극히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뒤에 생각은 뒤로 미루는 것이 좋다. 그거까지 미리 판단하며 생각해봤자 불안감만 조성되고, 실제로 그러한 일이 일어날지는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경험한 것을 토대로 사람들 앞에서 나의 소신을 당당히 말을 하면 당연히 반대의 부딪히는 입장도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생각해 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렇지만 그것은 나의 현재 상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하는 생각들이다. 내 현재가 튼튼하고 견고하면 결코 나의 미래가 두렵지 않을 것이다. 나의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나의 현재를 바꾸면 나의 미래도 바꿀 수 있다.


그렇게 나는 나를 바꾸기 위해 도움이 되는 행동들은 비로소 실천하기 시작했다.

30분씩이라도 조깅 운동을 시작했고, 자기 계발 독서를 하기 시작했고, 글을 쓰기 시작했고, 명상을 시작했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고, 무언가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 행동들이 습관이 되기 전 까지는 사실 꽤 힘들었다. 

사람이 지내왔던 패턴을 바꾼다는 것은 아주 피곤한 일이었고 아주 큰 의지가 들어가야 가능했던 일이었다.

나는 내가 변화하는 걸 누구보다 원했고, 주저하는 행동을 바꾸기 위해 이건 내가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라 기준을 두며 실천하려 애썼던 것 같다.

그러고 나는 이전에 했던 부정적인 생각의 틀을 바꾸고 예전에 나보다 훨씬 더 성숙하고 멋진 사람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내가 성공한 사람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대단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많은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아직 잘난 것보다 부족한 것이 많아 개선해 나가야 할 점이 많다.


그렇지만 이전에 많은 생각들로 주저만 했던 나 자신을 버리고 이렇게 꾸준히 나의 현재를 발전하기 위해만 생각하고 연구하고 행동한다면 나는 감히 앞으로 어떤 분야에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내가 지금 이러한 목표가 있는데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현재 당장 무엇을 해야 하지?


이것을 고민해보고 실천해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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