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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으니 Nov 28. 2022

같은 구기종목이라고 축구선수가 야구를 잘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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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월드컵 시즌이다. 평소 스포츠와 담쌓고 지냈던 K는 2002년 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축구경기를 봤다. 이기기 위해 열심히 축구장을 누비는 축구선수를 열렬히 응원했다. 비록 축구는 무승부로 끝났지만 '우리 선수들 열심히 달려줘서 너무 고맙고, 우리 선수 멋지다'라며 열심히 손뼉 쳐줬다. 그런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불현듯 K에게 이런 생각이 스쳤다.


그동안 난 야구장에서 방황하던 축구선수는 아니었을까?  

늘 '이게 스토리팀 업무가 맞나요?'라는 물음을 달고 살았던 스토리팀. 언제부턴간 스토리팀이 아닌 텍스트팀이라고 정의 내리며 스토리를 내려놨던 날들. 스토리가 아닌 텍스트팀으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던 나날들. 그렇게 쌓인 날들이 야구 경기에서 야구선수 사이를 오가며 갈팡질팡 헤매는 축구선수의 삶이 아니었나 싶었다. 같은 구기종목이라고 축구선수가 야구를 잘하는 건 아닌데. 다른 이들에게 '어차피 같은 공놀이인데 왜 선수답게 공을 치질 못하냐'라고 꾸중만 받는 축구선수 말이다.



그러다 K에게 축구 경기에 뛸 기회가 주어졌다. 오랜만에 거닐어보는 잔디밭, 축구골대를 보면서 K는 이번 경기에서 자신이 어떤 포지션으로 어떻게 공을 다뤄야 하는지 파악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경기에서 제대로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야구장이 아닌 축구장을 신나게 뛰어다녔던 K.


그동안 야구장에서 어디로 뛰어야 하는지, 공을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몰라 방황만 하며 스스로 무능력한 선수라 생각했던 K는 경기가 끝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은 늘 출발선에서 언제 달리면 되지? 어디로 뛰면 되지, 언제 경기에 뛸 수 있을까 하고 늘 타이밍을 재기만 했던 저는 야구장의 벤치에 앉아 제 순서만 기다렸던 대기선수였어요. 기회가 오지 않았고, 왔더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어요. 저는 야구를 못하는 축구선수니까요. 그런데, 진짜 축구 경기를 해보니, 잠깐 패스를 실수해도 다음에 어디로 차야할지 방향이 보였어요. "

오늘에서야 진짜 선수로서 경기를 뛴 것 같아요.


그 후, K는 야구 경기가 아닌 축구 경기에서 태클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상대 선수의 공을 쟁취해 골을 넣기도 하며 못하는 듯 잘하는 듯 선수로서 열심히 달렸다. 그런 나날들 가운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경기에서 K는 태클에 걸려 넘어졌고, 한숨을 푹푹 쉬며 자책했다. 그러나, 대기 벤치에 앉아 마냥 자기 순서를 기다리던 야구장에서와는 달리, 다음 축구경기를 위해 어떤 전략으로 공을 차야할지, 자신포지션과 전략을 점검하며 다음의 승리를 위해 준비했다. K는 이제 축구 경기를 누비는 축구 선수이니까.


ps.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해 열심히 달리는 국가대표! 축구선수단 여러분 파이팅!



작심삶일 / 글: 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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