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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힘찬 Dec 13. 2022

혹시 그래주려나, 싶어서

일상 속에서 담는 감정의 기록


퍼얼 퍼얼, 눈이 내렸다.

짙은 회색빛으로 가득하던

회사 창밖 풍경이

하얀 점박무늬로 덮였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주려나,

피곤한 정신을 깨워주려나,

혹시 그래주려나 싶어서

옥상으로 올라갔다.


투둑, 툭, 툭, 수우우욱.

하얗게 쏟아지는 눈들이

소복하게 쌓일새도 없이

투명하게 녹아내렸다.


퍼얼 퍼얼, 눈이 내렸다.

쏟아지는 눈 사이로 다가서니

짙은 회색빛으로 물든 나에게도

새하얀 점박무늬가 생겼다.


그리고 녹아내렸다.

그대로 스며들었다.


어쩌면 내 마음 위에도

하얀 점박무늬를 새겨주려나,

혹시, 그래주려나 싶어서


머리에 쌓인 눈을

털지 않았다.


녹아내린 눈물을

닦지 않았다.





작심삶일 / 글, 사진 : 이작가(이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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