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뒷 Book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으니 Dec 23. 2024

대한민국에도 밝은 밤이 찾아오길!

밝은 밤 │ 최은영

<밝은 밤>은 이혼 후 고향으로 돌아온 주인공이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며 증조할머니의 시대부터 할머니, 엄마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친 이야기를 담아낸 한국 소설이다. 이 소설은 여성의 삶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조명하며, 각 세대가 겪는 고난과 회복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특히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복잡한 감정들을 정교하게 포착해 깊은 울림을 주었다.

ps. 이 책은 대한민국의 밝은 밤을 꿈꾼 12월 14일에 발제되었다.


Q1 책 읽은 소감은?

선_ 아주 옛날에 읽어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되게 뭉클한 느낌이었던 기억이 난다. 뭉클뭉클, 잘 엉킨, 눈물이 엉그러지는 따뜻한, 축축한 그런 느낌. 나름 이 정도 분량의 책이면 읽는데 일주일은 걸렸을 텐데, 속도감 있게 이틀 만에 읽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그동안 내가 책에 몰입을 못했던 것이 아니라, 다른 책들이 나를 몰입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정_이런 뻔뻔한 리뷰라니. ㅎㅎ) 그만큼 몰입해서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정_ 나도 예전에 읽었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아 이번에 다시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땐 주변에서 너무 책 좋다, 눈물 난다는 소리를 들어서 기대를 하고 읽었다가 뭐 어디서 울었다는 거야 이러면서 그냥저냥 그랬는데,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작별하지 않는다 속 이야기와 결이 비슷하다고 생각을 했었고, 파친코 2에 나오는 원폭 피해 이야기와도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는 한 번은 울었던 것 같다. 아마도 세비 아저씨가 죽었던 부분에서 울었던 것 같다. 그리고 주인공의 외할머니와 엄마와 그 가족 관계 이런 것들이 옛날에 어릴 때 우리 외할머니와 그 주변과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과 굉장히 닮아 있었다. 여자들이 겪었던 역사를 잘 엮어낸 것 같다. 이게 이야기가 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은_ ㅅㅇ언니와 ㅈㄱ작가님의 추천으로 이 책을 발제하게 되었는데, 현생이 바빠서 발제 막바지가 되어 읽었다. 책이 재미있어서 몰입해서 읽고 싶었는데 발제자라 질문 생각에, 현생도 바빠 쫓기듯이 읽은 게 아쉽다. 심적 여유가 있을 때 읽었으면 더 재미있게 읽었을 것 같다. 읽으면서 옛날에 외할머니가 일제강점기 시절을 얘기한 것과 할머니의 아빠가 바람피웠단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쩌면 내가 이 소설 속 주인공이었던 적이 있었단 얘기인데... 하지만 나는 이런 엮음의 능력이 안되어 소설로 쓸 생각은 못했다. 그리고 나도 읽으면서 몽글몽글 울컥거리는 느낌은 있었으나 울진 않았다. 아마 읽다 말다 읽다 말다 해서 몰입이 덜 돼서 그런 것 같다. 아무튼 결론은 재미있게 읽었다.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옥_ 끝까지 다 못 읽음. 지금 세비 아줌마가 죽을 것 같다. 묘사하는 것들이 되게 건조한데 막 울컥울컥 해서 지하철에서도 읽는데 휴지 들고 콧물을 흘리면서 봤다. 우리 할머니가 대구 서문시장에서 재봉일을 했다. 우리 할아버지는 피난 온 한량이었다. 할머니가 재봉일로 다 먹여 살리고, 그 시절엔 다 그렇게 먹고살았나 싶다. 그 시대를 너무 잘 그렸고 그것을 여자들의 연대기로 쓴 것도 너무 멋지고 인물마다의 사정을, 그럴 수밖에 없었던 시대를 담담하게 서술한 것도 너무 멋있었다. 바다를 처음 봤을 때 느낀 감정도 디테일하게 그려져서 너무 멋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보는데, 책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책인데 나만 몰랐네 싶었고, 섬북동 덕분에 알게 돼서 고마움을 느꼈다.

책 읽은 소감을 밝히던 중 '밝은 밤'이란 제목에 대한 의아함이 생겼고, 그에 대한 선_의 생각으로 결론을 내렸다.
선_ 제목을 되게 잘 지었다. 이 책이 전체적으로 밤 시대를 지나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이 함께 있으면 밝게 보낼 수 있다는 그런 느낌을 잘 담았다고 생각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Q2 분함을 풀게 하는 나만의 참신한 욕은?
-p.13 "참신한 욕이 필요해. 분이 풀리는 욕이 필요해"

은_ 인터넷도 안 되는 스마트폰 같은 놈

선_ 너는 뇌에 주름이 있니?


Q3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 같은 말을 들은 적 있는지?(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 p.18 "어떤 말은 듣는 순간 영원히 잊히지 않으리라는 걸 알게 된다"

정_일전에 유퀴즈에 서현진이 나와가지고 자기 부모님이 한 얘기 때문에 상처받아 독립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부모님이 무슨 얘기를 했냐 그랬더니 서현진이 아이돌이니 뭐니 이런 걸 했는데, 그만큼 했는데도 안 될 때는 이유가 있지 않겠냐라고 했다는데, 나는 그 얘기를 듣고 나 같아도 보따리 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딱 들었다. 사실 그런 말은 나 자신이 더 잘 알고 내가 괴로워하는 걸 보고 있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그런 얘기를 할 수 없다. 내가 들은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은 '언니 그렇게 살다가 말년에 외로워질 거다'이다. 내가 말을 들은 지 20년쯤 됐는데 지금도 안 잊힌다. 이 얘기는 아마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것 같다. 그때 너무 상처였다.


은_ 난 오히려 나쁜 말은 좀 금방 잊는 스타일이고 좋은 말이 훨씬 오래 기억된다. 친구한테 인생 상담을 해준 적이 있는데 친구가 나에게 넌 정말 포인트를 잘 짚어준다 등의 칭찬들이 기억에 남는다. / 그리고 언니 얘기를 듣다 보니 기억나는 건 엄마랑 동생이랑 삼자대면을 한 적 있다. 어릴 때 첫째가 권위 있어야 된다고 해서 동생은 내 앞에서 혼나도 나는 절대 동생 앞에서 혼내지 않았다. 근데, 내가 동생이 혼날 때 뒤에서 메롱하고 약 올렸다. 그게 동생의 맘 속에 쌓여 있어 풀리지 않았다가 몇 년 전에 폭발해서 삼자대면을 하고 서로 울고 불고 난리가 났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그때 내 동생에게 잊히지 않을 나쁜 짓을 한 것 같다.


선_내가 했던 짓(?)은 재수하던 시절에 아빠가 날 데리러 학원에 왔는데, 나는 그때 버스를 타고 집에 갔다. 삐삐도 없던 시절이라 길이 엇갈렸다. 근데 집에 왔더니, 공부도 안 하고 딴짓하고 왔다고 난리가 났었다. 재수할 때라 기본적으로 서러움이 있는 상태에서 이런 오해를 받아서 폭발하게 됐다. 그때 주저앉아서 엄마한테 소리 질렀다. "이럴 거면 왜 낳았어!!!" 믿지도 않을 거면 왜 낳았냐고 막 그랬더니, 엄마의 표정이 대못 박힌 표정으로 아연실색하는 걸 봤다. 내가 들었던 것도 있지만 내가 했을 때 그 사람이 그렇게 아파하는 걸 보는 게 너무 미안했다. / 반대로 직장 후배한테 당한 적이 있다. 일을 정말 못하는 후배였는데, 참고 참다가 그 후배한테 얘기 좀 할까 하고 불렀는데 그때 그 후배가 다른 팀 직원과 눈맞춤하면서 짓는 그 썩소를 봤다. 말보다 비언어적 표현들이 잊히지 않는다.


Q4 내가 사라졌을 때 기억되고 싶은가?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혹은 기억되고 싶지 않은가?
- p.82 "나는 기억되고 싶을까. 나 자신에게 물어보면 언제나 답은 기억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선_ 처음 책을 읽었을 때 작가가 나랑 똑같은 말을 해 가지고 깜짝 놀랐다. 나도 기억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진짜 그냥 비누처럼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뚝 절단되는 게 아니라 비누처럼 서서히 자연스럽게, 페이드 아웃되면서 잊히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사고 나서 죽는 것. 정리할 시간도 없이 죽는 것이다. 내가 죽게 되면 그걸 정리하는,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그래서 난 내 주변을 깔끔하게 싹 정리한 후 가고 싶은 희망이 있다.

(다들, 사라진다는 말에 비누공방을 걱정했다.)


정_잊히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당연히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리고 이 부분을 읽을 때 엄마 생각을 되게 많이 했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꽤 오래됐는데 어쨌거나 나와 내 동생은 지금도 계속 엄마를 기억하고 있다. 그 기억이 존재하는 이상, 한 사람의 삶이라는 게 딱 죽는데서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코 애니메이션처럼, 기억이 사라질 때 그 사람의 영혼도 사라지는 것 같다.


옥_ 저는 사라지면 다 쓸데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되게 자연스럽고 이제 그것을 받아들이냐 못 받아들이냐 차이 같다. 나도 잊히는 게 두렵지만 그래도 그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한다.


경_사라지면 완벽하게 잊히고 싶다고 늘 생각했다. 근데 그건 남아 있는 다른 사람들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다. 근데, 언니의 대답을 들으면서 답변을 수정하자면 슬픈 부분들을 편집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잊히는 거라면 괜찮을 것 같다. 주변 사람들에게 슬픔을 주는 거면 완벽하게 잊히고 싶다.

이 주제에 관해 남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걱정과 미안함으로 잊히길 바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 외에 남아있는 사람 입장에서 그 슬픔을 느끼는 감정이 좋다는 의견과 감당할 수 있는 슬픔이면 괜찮다 등 여러 감정이 오갔다. 그리고 은_은 다른 시각에서 완벽히 잊히고 싶다고 답했다.

은_ 저는 완전히 잊히고 싶다. 이 질문을 하고 회식을 했는데, 이 회사가 뒷담화 작렬이다. 근데 내가 없을 때 날 기억하고 내 뒷담화를 한다면 싫을 것 같다. 그래서 뒷담화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아서 완전히 잊히고 싶다는 결론이 나왔다.


달_ 난 기억되고 싶다. 얘가 이랬었지, 저랬었지 이런 것보다는 그냥 한 번씩 나를 보고 싶어 했으면 좋겠다.


Q5 나에게 좋은 사람이 다른 이에게 나쁜 사람이라면? 혹은 남에게 좋은 사람이 나에겐 나쁜 사람이라면? 혹은, 나에게 좋았던 사람이 나중에서 나쁜 사람이 된다면?
- p.134. "이상한 일이야. 누군가에게는 아픈 상처를 준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정말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대체로 이랬다.

안 그런 사람이 있을까? 세상에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나에게는 좋아도 남에겐 나쁠 수도 있고, 나에게 나빠도 남에겐 좋을 수도 있고, 남에게 나쁜 사람이라고 해서 나에게 좋은 사람이 나쁘게 보이지 않고, (물론, 영향은 받을 수 있겠지만) 또 그 나쁜 면이 진짜 나빠서 나쁜 게 아니라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고, 결국 이해관계에서 사람은 나빠 보이기도, 좋아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결론은 가까이 있는 내 사람들한테 잘하는 사람이 최고다.... ㅎㅎ


Q6 인간관계 중에 끝까지 싸울 수 없는 사이가 된 관계가 있는지?
- p.137 "우리는 더 이상 끝까지 싸울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옥_ 난 대부분 그렇다. 대부분 내가 말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항상 크게 받아들인다. 내가 무슨 얘기를 하면 더 크게 받아들여서 늘 어느 시점에 멈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그냥 여기까지만 하고 넘어가는 편이다.


선_비슷한 의미로 우리 부모나 우리 신랑한테 내가 끝까지 얘기하지 않는다. 맥시멈으로 얘기하지 않고 관계가 끝날까 봐 다 말하지 않는다.


은_ 저는 솔직히 끝까지 말할 수 없으면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늘 다 말한다. 난 내 친구들이 너무 좋은데 뭐 하나가 솔직히 안 맞을 때가 있다. 근데 그게 거슬리면 말해야 한다. 이게 조율이 안되면 친구를 잃을 각오로 말한다. 아직까진 절교를 각오하고 말했을 때 대체적으로 잘 조율됐다. 다행이다.


달_ 저는 싸우는 것 자체에 대해서 불편함이 있어서 그냥 좋게 얘기했으면 좋겠다. 싸움을 통해서 하는 게 너무 싫다.  


경_ 저도 싸우는 상황이 불편해서 그 상황을 피한다.


결론, 달과 경은 개복치다.


Q7 문제가 생겼을 때 주인공처럼 자신을 질책하는 스타일인지, 문제가 생길까 봐 희망조차 갖지 않는 편인지?
- p.174 "아니야. 그런 이야기를 듣도록 빌미를 제공한 나의 실수가 문제인 거야"
- p.179 "희망이 꺾였을 때의 충격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작은 희망까지도 모두 버린 채로-"

이 주제에 대한 대화는 이러했다.

이런 마음이 디폴트다. 취업할 때도, 공모전을 할 때도 난 안될 거야라는 최악의 상상을 한다. 뭔가가 간절할 때는 꼭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니까, 당연히 마음으로는 뭔가 바라지만 그거를 누르고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야 그나마 마음이 편안해진다. 행복을 100% 만끽해 본 적이 없다. 큰 행복은 애초에 바라지도 않고 작은 행복을 여러 개 만들자 이런 느낌으로 산다. 안될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성공의 순간을 (취업이 되고, 공모전에 붙는 최고의 순간을) 생각한다. 최악을 상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희망도 놓치지 않기 때문에 좋은 순간을 맞이한다. 무조건 긍정 회로만 돌린다. 취업이 안되면 안 되는 대로 이 회사에 문제가 있나 보다 하고 얼마나 더 좋은 곳에 취업하려고 이러나 하면서 희망을 채운다. 이런 대화가 오가다가 긍정을 심어주는 부모와 자식 걱정으로 부정을 심어주는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했다.


Q8 나를 동물로 비유한다면? / 혹은 섬북동 멤버들을 보면 떠오르는 동물이 있다면?
- p.195 "명숙 할머니는 인간이라기보다는 고양이 같았다. 인간에게 치대지 않는 고양이라고 해야 할까~"

 선_ 라마 닮았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그래서 라마를 찾아봤는데 정말 맘에 드는 특징이 있다. 라마가 예쁘고 순하게 생겼는데, 화가 나면 침을 뱉는다. 그 특징이 너무 맘에 든다. 나는 하지 못하는 행동이라 대리 만족이 있다.


은_ 저는 외모적으평생 듣는 동물이 공실이(둘리에 나오는 공룡)다.


이날은 독서모임의 송년회날이기도 했다. 하지만, 날이 날인지라 여의도로 가는 특파원분들이 많아 2차 송년회는 작년에 비해 소규모 인원만이 함께했다. 여의도 특파원으로 이동한 인원 외에 남은 멤버들은 정_의 작업실에서 송년회라는 이름 아래, 전투복을 입은 채 투표 방송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대한민국의 밝은 밤을 간절히 기원했다.

 



밝은 밤

(최은영 │ 문학동네)

2024.12.14

참석자: 정, 선, 옥, 경, 달, 은 (6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