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 베른 『지구 속 여행』
발제자 '은'은 이번 주말이 지나면 현생에 치여 후기를 못 올리겠다 싶었다. 그렇다고, 이 소중한 주말에 2시간 가까이 나눴던 이야기를 정리하자니,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몰려왔다. 그래서 꼼수를 부렸다.
"챗GPT한테 넘기자."
하여, 이번 후기는 챗GPT에 의해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고전이라 쓰고, 상상력이라 읽다.
섬북동은 2025년 상반기에는 고전 여행을 하고 있다. 후기는 올라오지 않았으나, 지난 하반기에 [금빛 종소리]를 읽고 고전 여행이 시작되었다. 이번에 함께 읽은 책은 쥘 베른의 [지구 속 여행]이다. "고전"이라는 단어는 종종 고리타분하고 딱딱한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이번 책은 이전에 읽었던 다른 책과 달리 신선했다. 고전을 향한 무거운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지구 중심으로 뛰어든 기분이었다. 이번 [지구 속 여행]의 고전 여행은 "재미있게 봤다"는 소감으로 출발했지만, 이 이면엔 각자만의 방식으로 펼쳐진 '상상의 여정'이 되었다.
지금의 우리는 현실에 치이고, 너무나 발전한 과학에 익숙해진 탓에 오히려 상상력이 한계에 부딪힌 듯한 느낌이 드는데(돈에 미쳐 과거로 돌아가 성공하는 상상, 과학적 팩트에 갇혀 상상이 멈추는,)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상상력에 한계가 없었다.
쥘 베른의 세계는 합리적인 출발에서 판타지로 미끄러진다. 삼촌(리덴브로크 교수)의 충동적인 발상, 조카 악셀의 망설임, 그리고 말없이 묵묵한 아이슬란드 가이드 한스. 이 셋이 ‘지구 중심으로 간다’는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책의 서사는 말 그대로 '말도 안 되는 모험'이다. 읽는 내내 "진짜 이게 말이 돼?"를 외치면서도, 책을 놓지 못했다. 특히 "앞에는 과학적인 척하고, 뒤에는 판타지로 가는 구조"는 독특한 몰임감을 선사했다. "앞에서는 그럴듯했는데 공룡 나오고, 거인 나오고, 지구 속에서 바다가 나오고, 용암 타고 솟구쳐 나오니까 '속았다!' 싶은데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이유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과학적인 척’ 포장하며 분화구로 들어갔던 것처럼 분화구에서 나오는 디테일 덕분이었다.
책에서 유독 이들이 인상 깊어한 인물은 가이드 한스였다. 말수 적고 충직한 인물로, 탐험 도중에도 묵묵히 일을 해내는 그의 모습에 "진짜 이런 사람 한 명 있으면 인생 편하다"는 공감이 이어졌다. 급여를 2주에 한 번씩 정확히 받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동굴에서도 줄곧 조용히 일하는 이 캐릭터는 그야말로 멤버들의 신뢰를 얻었다. (주는 한스의 급여가 주 3억은 되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모두가 궁금했던 건 "도대체 한스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였다. 그래서 우리는 최근 방영 중인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 김혜자의 속마음을 말해주는 기기가 한스에게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나눴다.
현실주의자 악셀 / 괴팍한 미치광이 삼촌 / 무뚝뚝하지만 듬직한 마스터 한스
인물 구성은 단출하다. 단 세 명이 이끈 모험이지만, 이 조합은 절묘했다. 고집불통 괴짜 과학자 삼촌은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현실적인 악셀은 겁에 질리다가도 결국엔 모험에 빠져든다. 그리고 그 모든 상황 속에서 중심을 잡는 건 묵묵한 한스다. 어느 인물에 이입하느냐는 각자 달랐다. 우는 “나는 지구 속은 못 가도, 설악산 주전골 정도는 삼촌처럼 이끌 수 있다”며 스스로를 모험가 타입이라 했고 은은 배고픔에 못 이겨 비밀을 발설하는 악셀에 공감했다. 옥도 현실주의자 악셀에 공감했다. 삼촌처럼 하진 못하지만, 누가 옆에서 삼촌처럼 리드하면 따라갈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라는 공감이라기보다 세 사람의 각각의 면을 부러워했다. 삼촌의 미쳐있는 포인트도 부럽고, 그런 삼촌이 있는 악셀도 부럽고, 한스의 만능실력도 부럽고. 포는 딱히 공감 가는 인물은 없지만 굳이 꼽자면 묵묵히 본인의 일을 하는 한스 같다고 했다. 단, 한스처럼 짐을 들어주진 못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짐은 각자 알아서.
쥘 베른은 지질학과 중력, 광물과 화산활동 등 과학적인 언어로 이야기를 포장한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가면 이 ‘과학적인 척’은 점점 판타지로 이어지고, 독자는 그 모호한 경계 위에서 이상한 몰입감을 느낀다. 누군가는 “지구과학을 전공했지만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했고, 또 어떤 이는 “자세한 설명은 몰라도 그냥 진짜 같은 느낌이 들었다”라고 했다. 그 결과, 현실의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쏟아지는 별과 은하수, 사막의 정적, 고래 꼬리의 움직임, 동굴의 차가운 공기까지 — 그런 감각들이 이 책과 연결되는 순간, 우리는 현실에서 ‘지구 속 여행’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번 모임에서 자주 언급된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쥘 베른 특유의 유머 코드. 이게 번역 탓인지, 원작자의 센스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둘 다겠지만) "지금 읽어도 촌스럽지 않은 유쾌함"이었다. 특히 19명의 아이들과의 에피소드, 괴팍한 삼촌과 궁시렁대는 악셀의 케미는 예상치 못한 웃음을 자아냈다. 유머의 결도 고전답지 않게 가볍고 현대적이었다.
마지막에는 책에서 느낀 경외감을 현실의 자연 경험과 연결 지었다. 고래의 꼬리를 멀리서 본 순간, 새벽 사막의 정적, 다이빙 중 마주친 작은 화려한 생물, 쏟아지는 별과 은하수, 한여름 동굴 속의 시원함. 이런 개인적인 자연 경험들이 '지구 속 여행'의 환상과 맞닿았다. 우리는 현실에서 지구 중심으로 내려가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이미 느껴본 자연의 깊이와 신비를 통해 충분히 그 상상을 공유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빠질 수 없는 에피소드. 선은 책을 착각해 [해저 2만리]를 들고 왔다. 순간 모임은 웃음바다. 그래도 묘하게 이어졌다. 지구 속에서 바다를 만난 그들이, 어쩌면 해저 2만리로 연결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피어났다. 다른 멤버들은 쥘 베른의 다른 작품들—[80일간의 세계일주], [해저 2만리], [신비의 섬]—도 읽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책이 그만큼 유쾌하고 풍부한 상상력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지구 속 여행
(쥘 베른 │ 열림원)
2025.5.10
참석자: 은, 우, 옥, 라, 선, 포, 주 (7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