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많은 자폐아와 함께 하는 삶
아이는 물을 참 좋아하는데
물 안에 있을 때만큼은 화를 덜 내고 마음도 잔잔해지는 편이라
주기적으로 물놀이를 위한 가족여행을 가고 있다.
이번 주도 남편이 올해 쓸 수 있는 마지막 연차를 내고 워터파크로 가족여행 계획을 잡았었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을 맞이하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자폐이기에
2주 전 미리 여행일정을 알려주었고 아이는 신이 나서 매일매일 날짜를 확인했다.
그리고 체험학습신청서를 학교에 제출한 날,
시어머님이 갑자기 쓰러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남편은 큰 충격을 받았고 집은 슬픔에 잠겼다.
평온하게 유지하려 노력해 오던 일상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우리 가족은 지금 커다란 위기와 맞서며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다.
아이는
내가 아파 누워있어도 나를 걱정하거나 동정해 본 적이 없다.
도와주긴커녕 오히려 괴롭힘에 가까운 행동을 하곤 한다.
아픈 엄마를 안쓰러워하는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감정을 읽는 방식이 다르고 표현 또한 달라서 그렇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기에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나도 아이의 소통방식 앞에선 가끔 상처를 받거나 서운함을 느끼곤 하는데
이런 감정을 남들은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한다.
아무리 이해해주려 해도 남들의 이해의 폭은 분명 우리와는 다를 거니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우리 아이의 반응 때문에 아이와 자폐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갖게 될까 봐 그게 걱정이 된다.
할머니가 병원에 계셔서 여행을 미루었어.라고 말하는 순간
아이는 분노에 차올라 불같이 화를 내고 주변에 화풀이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잘못된 행동을 고쳐주고 여러 차례 아이에게 설명해 주는 것뿐
아이가 스스로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며칠이고 기다려야만 한다.
아이는 인지가 부족하거나, 상황을 이해 못 해서 화를 내는 게 아니기 때문에
혼내고 때린다고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고
넌 어떻게 할머니가 아프신데 그럴 수 있니라고 말할 수도 없는 부분이다. 감정에 차올라 아이를 붙잡고 호소해 봤자 의미 없으니까.
아이가 일곱 살 때쯤 행동치료 선생님께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어머님이 무뚝뚝한 사람이었으면 아마 아이를 더 잘 키울 수 있었을 거라고.
아이에게 감정을 알려주려 애쓰던 내 입장에선 나름 충격이었다.
감정이 없는 로봇이면 차라리 더 잘 키울 수 있었을까.
지금도 가끔 그 생각을 한다.
그리고
고난과 고통은 자폐아를 키우는 한 항상 우리 곁에 있을 거라고 생각해 왔는데
시련은 자폐와는 상관없이도 오는 거구나.
그것 또한
새삼스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