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day I'll be Saturday Night

토요일 밤 같은 삶

by Yeaji Lim

Prologue


대면하는 관계가 더욱 귀해진 요즘, 어떻게 살고 계시나요(How are you)?


2020년, COVID 상황이 악화되면서 저는 10여 년의 싱글 라이프를 정리하고 본가에서 1년을 보냈습니다. 은퇴를 바라보는 부모님과 함께 지내면서 삶을 길게 바라보는 여유와 관록을 어깨너머로 배웠지만, 조금 더 밀도 있게 시간을 써야 하는 건 아닐까 종종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서른이 넘었으면 어른들 낡았다고 불평하지 말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너희들이 보여 보라"던 엄마 말씀을 따라(이럴 때만 엄마 말 잘 듣는 편), 제주도 여행에서 곧장, 슬그머니 Seoul Nooks로 들어왔습니다. 젊고 성실한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서로의 진심과 바쁨에 영향받으면서! 지적인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몰랐던 걸 엄-청 배우면서! 새로운 커뮤니티를 함께 만들어 나가고! 그 안에서 '내가 되고 싶은 나'가 되는 삶을 살고 싶다! 는 것이 제 바람이었거든요.


코로나 블루가 스며들 틈이 없는 Seoul Nooks의 생활, 이곳에서의 다채로운 경험과 감정, 생각들을 짧은 글로 다 전할 순 없겠지만 나름대로 차분히 기록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특히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대화(discourse)에 주목해서 그 내용을 주로 나눌 생각이에요. 이 작업은 변호사시험 준비로 갈 곳을 잃어버린 저의 창의력(creative energy)을 발산할 기회(outlet)이기도 하니, TMI에 주의하세요!





영어로 "대화하다"는 의미를 가진 단어, converse는 "정반대"라는 뜻도 아울러 가집니다. Seoul Nooks에 살다 보면 이렇게 한 단어에 두 가지 의미가 담긴 사정을 헤아리게 됩니다. 좋은 대화란 서로 다른 의견이 자유롭게 교차하는 것, 그런 방향성이 담긴 것이니까요.


실제 카톡 대화 캡쳐본


스위스 취리히에서 경영학 박사과정 중에 있으면서 서울의 성수동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태은은 종종 해외의 환경 관련 뉴스를 공유해주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바로 아래의 독일 헌법재판소 판결이었습니다. 태은은 환경활동가(이었던) 예지의 의견을 궁금해하며 판결 소식을 전했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저는 법을 전공하는 학생인데도, 태은의 도발(?)이 아니었다면 아래의 판결문을 접해보지 못했을 거예요. 독일의 2030 젊은이들로 구성된 환경단체에서 제기한 탄소배출제한연기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독일 헌법재판소가 위헌판결을 내렸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즉, 기업들에 대한 탄소 배출 제한 정책을 당장 시급히 시행하지 않아도 되도록 연기한 법률이 독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인데요.


실제 카톡 대화 캡쳐본


듣기만 해도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뉴스에 몹시 흥분해서 구체적인 내용을 찾아보다가, 아래와 같은 (영역) 인용문을 발견하고 큰 감동을 받았답니다. "The court has obligated the legislature to find a balance between freedom for all and burdens faced by some(재판소는 입법부에게, 국민 전체의 자유와 일부가 부담하게 될 의무가 균형을 이루는 입법의무를 부과했다." 아, 내가 사랑에 빠진 법의 아름다움이 이런 거였지, 새삼 깨달은 순간이었어요. 잘못에 그럴듯한 논리를 부여해주거나, 상대주의에 빠져 회색지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확실하게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 법이니까요.


시대가 앞을 향해 달려갈 때, 맨 뒤에서 과거(past)를 수호하는 것이 아니라, 맨 앞(front)에서 고삐를 쥐고 달려 나가는 것이 법이 될 수는 없을까. 그게 젊은 법학도로서의 고민이었는데. 개인적으로도 정말 의미가 큰 판결이었습니다. 태은이 공유해주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기쁜 마음이 될 수 있었을까요. 아니, 애초에 태은과 하우스메이트로서 함께 살고 있지 않았더라면 이런 발견(encounter)이 있을 수 있었을까요. 공간을 나눠 쓰고 월세를 나눠 내는, 그러니까 단순히 생활만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공유하고 확장시켜 나갈 수 있다는 것이 Seoul Nooks에서 타인과 함께 사는 삶(co-living)을 선택하고 얻은 가장 큰 수확입니다.


Seoul Nooks의 운영자(founder)인 예지는 우리 공동체를 "organic"하다고 표현했는데요, 다양한 측면에서 적절한 표현이지만 특히 서로 다른 문화와 전공과 배경을 가진 하우스메이트들이 서로의 영감(inspiration)이 되고 통찰(insight)이 되어준다는 측면에서 적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경험과 교육과 감성과 지성이 유기적으로 순환하는 환경과 그 안의 사람들이 살며 배우며 성장하는 곳. 이 정도면, 이게 우리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라고 어른들한테 자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pilogue


어제는 하우스메이트 네 명이서 동네 노래방에 가서 불타는 토요일 밤(Funky Saturday)을 보내고 왔습니다. Bon Jovi, 마마무, BTS, John Legend, 자우림, MIKA, Billy Joel, Stacie Orrico, U2, CL, Spice Girls 그리고 한국 노래방의 anthem 김건모까지... 폭탄꼬리 스크루트 같은 선곡들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신나게 놀고 나니 그중 한 곡의 가사가 오랫동안 마음에 머물러요.


"I'm feelin' like a Monday but someday I'll be Saturday night."


Seoul Nooks에 살고 있는 제겐 그 Someday(언젠가)가 이미 온 것 같아요. 매일이 토요일 같은 반항적(rebellious)이고 지적(intellectual)이고 펑키(funky)한 삶. 그런 삶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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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ing up next]


• MZ 세대 상열지사: "계약 연애"가 아닌 "연애 계약(love contract)"에 관하여

• 언어 장벽(language barrier)에 관하여: 같은 한국말이어도 서로 다른 언어를 쓸 수도 있잖아?

• 엄마/아내 없는 삶의 살림에 관하여: 생활비 분담은? 청소는? 빨래는? 요리는?

• 의견을 갖는다는 것의 무게: 30대의 삶과 세계의 복잡성에 관하여

• 제도로서의 학문과 평생교육에 관하여: 학위냐 교양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재판을 믿지 않는 법학도 / 자본주의를 믿지 않는 시장주의자 / 창업에 관심 없는 소셜벤처

• 나라별 고정 이미지에 관하여: 영국인이 왜 속물이야? 속물은 프랑스인 아닌가?

• 유럽의 MZ가 본 제국주의에 관하여: 일본은 세계대전의 피해자일까?

• e-book 디바이스 자랑대회: 킨들, 파이어, 아이패드(+애플펜슬) - 당신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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