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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짜오 베트남 Jan 23. 2020

Chúc mừng năm mới~!!

베트남 최대 명절 Tết (설날) 보내기!

남는 자, 잠시 떠나는 자... 모두 다 걱정이다. 


대부분 내일부터 베트남 최대 명절, 뗏 (Tết) 연휴가 시작된다. 일요일을 제외하곤 공휴일이 거의 없는 베트남에서 가장 긴 연휴인 음력설. 하지만 보통 긴 게 아니다. 요즘엔 많이 줄어서 음력 12월 30일부터 음력 1월 3일까지라지만, 많이 쉬는 곳은 음력 12월 23일부터 시작해, 1월 7일까지 무려 보름간 그 분위기가 지속되기도 한단다. 회사나 직장인이 쉬는 건 그렇다 쳐도, 식당이나 마트, 옷 가게, 키즈카페, 은행 등 생활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곳들도 거의 '올스톱'이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이 긴 연휴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우선 최소 4일 치 이상의 먹을거리를 준비해 놔야 하고, 어떤 식당이 언제 문을 여는지 체크해 둬야 한다. (아파트 단톡방에선 하노이에 있는 식당들의 명절 영업 상황을 적은 엑셀 파일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나마 한국 사람들이 운영하는 한식당은 대체 인력을 구해서라도 연휴를 줄이기도 하는데, 베트남 로컬 식당은 관심이 없다. (내 지인은 연휴를 맞아 한국에서 손님이 온다는데 갈 만한 로컬 식당이 없어 가는 곳마다 쉬는 날이 언제 인지 물어보러 다니고 있다.)  


매일 현지인과 관광객으로 가득 차 있던 하노이 대표 관광지 호안끼엠도 이때만큼은 한산하다. 작년에 나 또한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친구가 방학을 맞아 놀러 왔는데, 때는 마침 뗏 기간. 뗏 연휴에 문을 여는 곳이 없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그때가 설 당일도 아니고, 우리가 갈 곳은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유명 식당이나 관광지니 괜찮겠거니 생각을 했던 것이다. 베트남에서 '뗏'를 맞는 것이 처음이라 분위기를 잘 몰랐던 터다. 아무 생각 없이 맛있는 분짜를 사 주겠다며, 일명 'CNN 분짜'로 불리는 맛집에 친구를 데리고 도착했는데, 문이 닫혀 있는 것이 아닌가. '브레이크 타임'도 아닌데 무슨 일이지.. 하고 여기저기 수소문해 본 결과 뗏 연휴라 쉰다는 것.

헛걸음을 한 것에 내가 미안해할까 , 오히려 '괜찮다'는 친구를 데리고 호안끼엠으로 향했다. 하노이에 이런 적이 있었던가. 도로 위엔 택시도 없고 오토바이도 별로 없다. 느낌이 '쎄~'하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목적지인 일명 '오바마 분짜' 식당. 꽤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이 하는 것이 눈에 띈다. 뭔가 '망삘~'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곳도 '클로즈드'. 대부분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다. 오랜만에 해외여행 온다고 들떠 왔을 텐데, 낙심한 표정에 동질감과 함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재빨리 동선을 틀어 다음 맛집으로 향했지만 그곳도 결과는 마찬가지. 그대로 돌아갈 수 없어 유명 쌀 국숫집, 분보남보 집, 분짜 닥킴을 연이어 찾아갔지만, 가는 곳마다 어김없이 관광객들의 낙담한 모습과 높은 뗏연휴의 벽을 실감할 뿐이었다. 우리는 결국, 문 닫은 유명 맛집 앞에서 임시로 목욕탕 의자를 갖다 놓고 장사를 하고 있는 무허가 식당에서 평소보다 세 배의 값을 주고 허기진 배를 달랬다. 


이렇다 보니, 뗄 때 한국이나 근처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들 또한 택시나 그랩 등 이동수단을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 필수다.  우리도 아직 귀성전쟁이니 하는 말들이 있지만 베트남에선 뗏은 가족들과 혹은 고향 사람들과 함께 모일 수 있는 축제로, 다른 지역에 있어도 이때만큼은 꼭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낸다 한다.  


그래, 오래 쉬는 건 이유가 있다지만, 왜 하필 연휴의 시작이 음력 23일이 된 것일까.

궁금하던 차에, 큰 아이가 자기 학교에서 '뗏'을 맞아 작은 이벤트를 한단다. 흥 많은 베트남 사람들답게 베트남은 때마다 크고 작은 축제들을 많이 여는데 그런 건가.. 하고 넘겼는데 주제가 '부엌 신'이란다. 웬 부엌 신?!

내용을 들어보니 베트남 사람들은 집집마다 조상신을 모시는 데... 그중 '따오꿘'이라고 불리는 부잌신은 음력 12월 23일에 하늘로 올라가 1년 동안 그 가정에 있었던 일을 옥황상 제데 보고하고 1월 7일에 다시 돌아온다고 믿기 때문에 설이 되기 전, 부엌 신에게 1년 동안 잘 먹고 잘 살게 돌봐달라는 의미로 제사를 드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복숭아꽃 등으로 집안을 장식하는데 하노이에선 복숭아꽃이 새해에 가정에 행운을 가져다주는 상징이라고 한다. 어쩐지, 오토바이에 복숭아꽃나무를 싣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더라니... 


뗏에는 가정마다 있는 제단 위에 다섯 종류의 과일을 함께 올린다 한다. 하노이 같은 북부지방에서는 

바나나, 자몽, 오렌지 (혹은 귤), 감, 레몬 등인데  베트남 사람들은 황금을 상징한다고 해서 노란 과일을 좋아한다더니, 그 이유인 듯하다. 제단에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과일나무를 선물하기도 하는데, 특히 귤나무는 선물용으로 인기가 많다. 며칠 전부터 시장마다 귤나무가 가득하고 오토바이에 귤나무를 싣고 가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남부지방에서는 야자, 망고, 망고스틴, 파파야, 무화과를 올린다 한다.)  


백화점 입구에서 좋은 글귀를 써 주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또한, 복을 기원하는 글귀를 써주는 사람들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흔히 우리나라처럼 새해에 좋은 글귀를 써서 선물하는 건가,  했는데 이와 관련한 미풍양속도 있다. 새해에 처음으로 펜을 잡고 글을 쓰는 행사, 처음으로 나무를 심거나 농사를 짓는 행사, 행운을 빌며 새해에 새로 튼 싹을 따는 행사, 그리고 가족과 함께 폭죽놀이 등을 새해가 온 것을 축하하고 복을 기원한다.  


뗏에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몇 개 더 소개하자면, 

뗏을 맞아 마트에서 선물로 준 세뱃돈 봉투

- 설날 아침에는 집을 청소하거나 바닥을 청소하지 말것. 청소를 하면 새해에 복이 다 달아난다. 

- 뭔가를 망가뜨리거나 화를 내지 말 것. 

- 세뱃돈은 주지만 세배는 하지 않는다.

- 남의 집에 가서 불이나 라이터를 빌리는 것을 피해야 한단다. 불을 빌리는 사람이 그 집의 복을 모두 가져가 버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슷하게는 아파트 곳곳마다 종이를 태우는 큰 화로 같은 것이 있는데 뗏을 맞아 가짜돈을 사서 태우는데, 아마도 지난해에 나쁜 액운을 모두 태우고 새로운 복을 맞자는 의미인 듯하다. 







베트남 사람들은 " 1년 동안 모은 돈을 설날 하루에 다 쓴다" 말이 있을 정도로 이들에게 설날은 특별한 의미다. 가족, 이웃과 뜻깊은 날을 함께 보내기 위해 며칠전부터 분주히 움직이는 그들을 보니, 가족들과 나도 명절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래서 우리도 잠시 한국갑니다 ^^)

저마다 행하는 풍습이나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다를지라도 지난 해에 안 좋았던 것들을 훌훌 털고 새해를 새 로운 모습과 마음가짐으로 맞이하려는 생각은 같으리라. 묵은 한 해 안 좋은 기억은 다 잊고, 새해엔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 모두 모두 새해 복 많이 많으세요. (chúc mừng năm mới~)  

내년에도 브런치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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