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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짜오 베트남 Mar 30. 2020

베트남, 수도 하노이 봉쇄?!

병원, 주유소 등 빼고 상점 영업 중지 (feat. 베트남 의료보험)

끝나가기는 커녕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끝이 보이질 않는 코로나 19, 베트남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본격적인 사태는 지금부터 시작되는 건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들기도 하다.


한국에서 확진자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던 시기에도 몇 주동안 확진자 열명대를 유지하며 결국엔 100% 완치 판정(발표상)을 이뤄내, '이러다 조만간 휴교령 풀리는 거 아냐', 하는 희망을 갖기도 했는데 며칠 새 판도가 확~ 달라진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들어오는 문을 철저하게 막았지만 갑자기 유럽, 미국 등지에서 확진자수가 엄청나게 막을 수 없이 늘면서 그곳에서 들어오는 유학생, 관광객 등이 상황을 180도 바꾼 것이다. 3월 초, 영국과 미국에서 들어오는 비행기에 탔던 관광객, 유학생, 승무원들이 대거 걸리는 것을 시작으로 그들을 접한 사람들이 하루가 다르게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게다가 며칠 전, 확진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던 하노이에 대형병원을 통해 2,3차 감염자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오늘 날짜(3월 30일)로 발표된 베트남 확진자는 총 189명. 우리나에서 확진환자가 절정에 달했을 때에 비하면 한참 적은 숫자라 생각할 수 있지만, 공공 의료시설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베트남에서는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불만을 갖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이 세계적인 수준인 것은 이번에도 잘 드러난 사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의료 기술뿐만 아니라는 의료보험을 필두로 한 제도 또한 공공의료를 튼실하게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몇 년 전, 의료보험 관련 다큐멘터리를 진행하며 알게 된 내용인데, 우리나라는 의료보험을 비롯해 특히 공공 의료의 수준은 가히 세계 탑 수준이다. 그래서 다른 나라 국민들이 우리나라로 의료 관광을 많이 오기도 하고,  여러 국가의 정부에서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제도를 롤모델로 삼기도 하는데 그중 한 곳이 베트남이란다. 현재 베트남의 공공의료는 우리나라 공공의료 관계자들과 함께 협업, 우리나라의 공공의료를 그대로 벤치마킹했다. 


지금은 가물가물하지만 그때 공부한 지식으로 덧붙이자면, 

베트남에 의료보험이 시작된 건 1992년.  하지만, 2008년 당시 베트남의 의료보험자 비율은 41%였다. 그 나머지 사람은 가입을 피하거나 보험료 납부를 제대로 하지 않아 혜택을 못 받고 있었던 상황. 베트남의 직장인 평균 월급은 80만 원에서 100만 원 선(이는 중소기업 이상) 비해서도 보험료가 적지 않은 편이었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높은 빈부격차로 그마저도 못 버는 사람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의료보험료를 내는 것은 엄두조차 못 내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게다가 보험을 들어 혜택을 받아도 부담이 큰 것이니 사람들은 아예 보험을 들기를 포기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암에 걸린 사람이 암 치료를 하는데 한 번에 들어가는 비용이 우리 돈으로 4,50만 원 선. 여기에 나라에서 80%를 보조해주고 본인은 20%만 내면 된다지만, 하루 벌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들에겐 그마저도 버거운 탓이라 치료를 포기하기 일쑤였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병원 치료는 커녕 약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 약은 점점 독해질 수 밖에 없었고, 과거 우리가 그랬듯 처방전이 없어도 다양한 약을 살 수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 게다가 베트남 약은 정말 독하다. 독한만큼 금방 낫긴 하지만 나같이 위가 약한 사람들은 그로인해 더 큰 고생을 할 때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전문가들이 베트남의 의료보험 전반을 개혁해 준 것이다. 


그 이후, 저소득층들은 100% 지원을 받아 치료를 받게 되는 등 베트남의 공공의료는 제도자체는 확실히 좋아졌다지만, 아직도 의료 수준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알기에 베트남 정부도 많은 경우의 수 (교육, 외교, 관광산업을 포함한 경제 등)를 포기하고 강하게 봉쇄정책을 하며 코로나로부터 자국민을 지키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베트남이, 아니 베트남도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확진자도 늘고 있지만 검진 대기 중인 사람이 엄청나다고 하니, 앞으로 확진자수는 계속 늘어날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확진자수가 늘면서 베트남 정부의 봉쇄책은 더 강해지고 있다.

평소 같으면 불야성을 이뤘을 미딩 한인촌. (지난 금요일 밤 7시 정도, 지인 제공)

휴교가 계속해서 길어지는 것은 두 말할 것도 없고, 근무지, 학교, 종교시설에선 10명 이상의 모임을 금하고, 식품, 의약품, 의료시설을 빼고는 모든 상점의 문을 닫게 했다. 다행히 식자재 배달은 가능하기에 많은 상점들이 배달로만 영업을 하고 있다. (대신 식품과 의약품 가격을 인상하는 행위에 대해선 엄중 처벌하기로 했다.) 외출 시에 마스크를 안 할 경우 벌금을 물리고, 9인승 이상의 렌터카, 관광차량은 전체 활동을 정지했고, 하노이에서 지방으로 가는 탑승객 운송 전용 기차는 전체 활동을 정지했다.  (일부 아파트의 경우, 단지 내 테니스, 농구, 배드민턴 및 어린이 놀이터와 같은 야외시설도 4월 중순까지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확진자가 나온 어느 한 동네, 한 아파트 단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베트남 정부 특성상 어느 곳 하나 예외 없는 전체의 일괄적인 조치다. 

게다가 오늘자 신문에는 하노이와 호찌민 시전체의 봉쇄령도 검토 중이라 하니, 또 하나 걱정이 늘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 수렴이나 검토 없이 '한다면 하는' 베트남 정부의 특성상, 검토 중이라 하면 곧 결정이 나질 않을까 싶다. 현재 한국인 공장이 많은 곳은 '박닌'이라는 곳. 하노이에 거주지를 두고 그곳으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하노이 봉쇄령이 내려질 경우, 그곳으로의 출퇴근도 불투명해지면서 그곳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현지의 기숙사를 이용하는 경우의 수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19를  잘 이겨내자,는 의미로 한 아파트 단지에 붙은 베트남 국기. 

나날이 불안감만 높아지고 있는 상황. 전 세계의 문제니 누구에게 불만을 토로할 수도, 원망을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답답함만 더해가고 있다. 아무리 경우의 수를 계산해봐도 답이 없다. 이제 밖에 돌아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이 학교를 못 가는 것을 넘어 생존의 문제로 가고 있는 것 같다. 










+ 상황은 안 좋지만, 하루하루 감사하며, 잘 버티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책도 읽고, 함께 요리도 하고, 집에서 요가도 하고, 베트남어 공부에도 몰두해 보지만,  한 번씩 밀려오는 답답함에 별 것 아닌 일에도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게 되는 요즘입니다.  모두 모두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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