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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짜오 베트남 Mar 06. 2020

일상이 무너진 베트남 일상

아들 엄마는 고민이 깊어간다! 

새벽 5시가 다 되어서 잠이 들었다.  

'조금 더 참을 걸~!', '아니야, 아들을 위해 한번쯤 크게 잡을 필요가 있었어!' 두 마음 사이에서 결론도 없는 생각을 하며 밤을 새웠던 것이다.   


"어떻게 해야 잔소리는 적게 하면서 이 일상을 슬기롭고 뜻깊게 보낼 수 있을까?" 

휴교 5주 차. 초등학교 딸과 아들을 둔 엄마는 매일 아이들 뒤통수에 잔소리를 하고, 밤마다 명상을 하며 후회와 반성을 한다. 그리고 고민한다. 


"딸 키우다 아들 키우니까 왜 이렇게 힘드냐~" 

남매를 둔, 특히 첫째가 누나인 집의 부모는 비슷한 것 같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어릴 때부터 똘똘하고 호기심과 욕심이 많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딸. 항상 뭔가를 하고 싶다는 얘기도 어린 딸아이가 먼저 꺼냈고, 시키면 항상 즐겁게 그리고 끝장을 봐야 하는 것도 모자라 모든 상을 휩쓸었다. 새로운 곳에 가서도 적응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며 금세 기존의 아이들을 제치고 선두를 차지했다.

그런 딸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는 시간은 항상 즐거움이었다. 하나를 물어와 하나를 가르쳐주면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이어졌고, 내가 생각지 못한 것을 얘기해 신선한 자극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 딸과의 대화는 늘 즐거움이었다. 욕심 많고 지기 싫어하는 딸에게 내가 해줄 건 '못해도 괜찮아, 실수해도 괜찮아' 하고 다독이는 일뿐이었다.   


그런데! 두~둥. 두 달 터울로 태어난 아들은 늘 나를 당황하게 했다. 아들은 하나에 꼽히면 하나만 하는 아이다. 

어릴 때는 바나나 우유에 꽂혀 매일 바나나 우유만 먹다 결국 오바이트를 하고 나서야 그쳤고, 카레에 꽂혔을 때는 하루 걸러 하루는 카레를 먹어야 했다. 일상이 늘 즐겁고, 자유분방하고, 엉뚱, 최강 애교인 아들은, 누나와는 다르지만 늘 우리를 호탕하게 웃게 만드는 '우리 집 비타민'이다.

그런데 이런 엉뚱함과 때론 산만함이 요 몇 주, 전과는 다르게 나를 힘들게 하고 있다.  


휴교 첫 주. 이미 길고 긴 뗏 연휴로 늘어질 만큼 늘어져 있던 터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운동이나 하며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자 했다. 하루에 문제집 딱 두장씩만 풀면서... 

늘 그랬듯, 딸아이는 걱정이 없었다. 

아이들과 함께 비슷하게 만들어 본 스페인 식 간식  

워낙에 운동을 좋아하는 가족인지라, 낮에는 마스크를 쓰고 인라인을 타고, 간식으로 아이들과 같이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맛탕, 스페인 식당에서 먹어본 '애피타이저'를 만들고, 채소와 과일을 사다가 함께 씻고 갈아서 마시고, 넷플릭스도 함께 봤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니 하루가 금방 갔다. 당연히 다음 주엔 학교를 갈 것이라 생각했기에 부담도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2주 차. 학교에선 지금은 홈스쿨링 기간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숙제를 보내왔다. 학교에서 배우는 양만큼의 숙제가 매일매일 메일로 주어졌지만, 아이들이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따라가기로 했다.

그런데 아들은 나의 인내심을 시험했다. 책상에 앉기까지 30분. 연필을 들기까지 30분. 본격적으로 마음을 먹기까지 30분. 그리고 겨우 한 문제 풀고 10분은 딴생각과 공부와는 관련 없는 주제로 질문 쏟아냈다. 거기다 글씨는 또 무슨 글씨인지. 내가 알아볼 수 있는 건 하얀 건 종이요, 검정은 글씨라는 것뿐이었다. 순간순간 내 안에 '욱 씨'가 고개를 들었다. 서둘러 예전에 봤던 아들 관련 육아서를 떠올렸다. "그래 아들은 길게 잔소리를 하면 앞에 말만 듣는다 했지, 간략하고 강하게!"....... 하지만, "이런 개뿔. 역시 육아서는 육아서일 뿐이다!" 이론과 실전은 늘 다른 법인 것을.


그리고 또 다음 주. 매일매일 나오는 숙제는 점점 쌓여가는데, 초조한 건 나뿐이다.

늦게 일어나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앉지만 상황은 역시나 도돌이표다. 숙제의 양과는 상관없이 프린트 한 두 장만 풀면 오전 공부는 충분히 했다 생각했나 보다. 잔소리가 또 풀 장전~!


"부족한 부분만 조금 보충하고 글씨 쓰는 것만 제대로 교정해 주자" 

마음을 고쳐먹고 잔소리가 길어지지 않도록 아들 옆에서 나도 베트남어를 함께 공부했다.

하지만, 늘 나의 예상을 비껴가며 색다른 재미를 안겨주는 아들. 아들은 이번에도 나의 예상을 빗나갔다. 이번에 아들이 꽂힌 건 인라인과 옆돌기였다. 마스크 끼고 타던 인라인 실력은 점점 늘고, 확진자가 늘면서 인라인을 타는 것을 좀 자제하자 했더니, 팔과 발로 문틀을 잡고 끝까지 올라가 문틀 꼭대기 청소를 하고, 옆돌기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몇 번 넘어지더니 그다음엔 자연스럽게 그다음엔 점점 다리를 폈다. (워낙 운동 신경이 좋다) 누나와 빗자루로 림보 게임을 하고, 비 오느날 베란다 청소를 했다. 내가 원한 건 저런 게 아니었는데...  

쉬는 동안 우리 아들이 는 건 인라인과 옆돌기뿐이다.

그렇게 헛웃음이 나는 걸 겨우 겨우 참아가며 버티길 드디어 5주 차. 드디어 내가 어제 폭발한 것이다. "노는 건 좋지만 하건만 해야 하지 않겠냐!, 그렇게 하기 싫으면 학교 가지 마!" 그렇게 몇 마디를 하고 나서 잠시 화를 가라앉히고 들어왔더니 웬일로 아들은 어느새 숙제를 다 해 놓았다. 진작 좀 하지. 


"에이고 수고했네. 오늘은 이만하면 됐다"

이렇게 화를 내고 억지로 앉혀 놓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 원칙은, '사교육은 학교에서 안 배운 것만, 공부는 강요하는 게 아니다' 였는데 왜 이렇게 사람 마음이 초조해지는지 모르겠다. 자유분방하고 늘 즐거운 아이의 웃음을 막고 싶진 않은데...

기대치를 내려 놓으면 막상 또 못하지도 않는 것도 아니다. 그저,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 가 아니라 그저 할 건 해야 하는 거라고도 가르쳐 주고 싶을뿐... 아~ 도대체 어느 선이 중도인 거지. 


어쨌든 분명한 건,  이렇게 억지로 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것.

휴교 5주 차. 그리고 6주 차가 될지도 모를 시점, 엄마의 결심은 하루하루 무너지고 고민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 아들 어머님들, 실질적인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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