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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짜오 베트남 Apr 15. 2020

오늘은... 또 뭘 먹을까?

건강한 식재료 즐기기 프로젝트?! 

돌밥, 돌밥, 돌밥 이라더니... 정말 먹고 치우고 돌아서면 또 밥 때다. 운동량은 예전에 비해 월등히 줄었는데 배는 왜 또 그렇게 자주 고픈지. 삼시세끼 차리는 것만도 귀찮은데, 얼마 전부턴 식당들도 강제 휴업을 해(배달은 가능하다.) 외식마저 어려운 상황이라, 매일매일 '오늘은 또 뭘 먹지'가 큰 고민이 되어 버렸다. 다행히 아직까진 남편도, 아이들도 엄마가 차려주는 음식에 만족하며 맛있게 먹고 있지만, '이왕 먹을 것 맛있게 먹자'는 평소 나의 신념이 점점 사라지며 몸에도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튀기거나 볶는 등 기름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좋아해 그런 스타일의 요리를 자주 했었는데, 요즘엔 냉동식품이나 간편 요리 등을 자주 먹는 데다 베트남은 돼지고기가 다른 식재료에 비해 저렴하면서 손쉽게 구할 수 있어 하루에 한 끼는 거의 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만들어 먹다 보니, 더부룩함을 자주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러던 차, 아이들이 자기들 방귀에서 '썩은 무 냄새'(우리 아들의 표현이다)가 난다고 하는 소리까지 들으니, '이제부턴 좀 담백하게 먹는 습관을 들여 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이참에 안 먹어본 채소에도 입맛을 들이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다양한 요리법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1. 오크라 

며칠 전 마트에 갔다 우연히 눈에 띈 채소. 즐겨 가는 하노이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을 때마다 함께 구워주는 것인데, 그때마다 식구들이 잘 먹었던 것이 생각이 나 도전해 보기로 했다. 이름은 오크라. (고깃집에서 먹을 때만 해도 이 채소의 이름도 모르고 먹었는데 이번에 알게 되었다.) 생김새가 꼭 여자 손가락 모양을 닮았다 해서 '레이디스 핑거'라고도 불린단다. 엥? 어디가? 

암튼, 딱 보기에도 건강해 보이는 맛이다. 깨끗이 씻어내고 자르니 끈적끈적한 물질이 나오는 데 이 물질 덕분에 위장에 좋고 단백질의 소화 흡수를 돕는단다. 그래서 고깃집에서 함께 줬던 건가 보다. 


찾아보니, 양귀비가 즐겨먹었던 채소라는데, 효능이 뭐, 만병통치약급이다.  

우선, 변비 해소에 도움을 주고,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좋다. 게다가 피부미용에 도움을 주고 노화를 예방한다. 피로 해소와 당뇨 예방에도 효과가 좋고, 시력을 개선하며 눈의 피로감을 감소시켜준다. 그 외에도 고지혈증, 심장마비, 뇌졸중 등에도 좋단다. 너 정말 몸에 좋은 채소구나~  


나는 요 녀석을 올리브 오일에 살짝 볶아서 먹기로 했다. 우선 베이킹 소다에 살짝 담갔다 겉에 붙은 잔털을 깨끗이 씻어낸 후, 세로로도 자르고 가로로도 잘랐는데... 단면이 엄청 예쁘다. 요기에 올리브 오일과 소금을 살짝 넣고 빠르게 볶아내면 끝. 미끄덩 거리는 물질 때문에 먹을 때 약간 끈적거리긴 하는데, 먹을 만했다. 건강해지는 느낌?! ^^ 내 결론은 고기가 함께 숯불에 구워야 제맛이라는 것! 그래도 건강해진다니, 가끔 구워 먹어야겠다.   


2. 청경채 찜?! 

우리 가족은 청경채를 참 좋아한다. 샤부샤부에도 넣어 먹고, 칼국수에도 넣어먹고, 시금치처럼 무쳐도 먹고, 볶아도 먹는다. 

하지만, 이것도 매일 먹던 패턴으로만 먹다 보니 질려서 대만에서 먹었던 스타일로 찜통에 살짝 쪄 보기로 했다. 여기에 소스를 뿌려 먹으면 되는데, 아무리 찾아도 대만에서 먹던 소스 만드는 방법을 찾을 수 없어서 '그때 먹었던 맛을 되살려가며' 눈대중으로 만들었다. 

볶은 간장 조금, 양파청 조금, 후추 약간, 참기름, 깨소금 살짝 뭐 이 정도. 그 후, 쪄 놓은 청경채 위에 살짝 뿌려줬는데... 우리 집 식구들 왈, 이렇게 먹는 게 가장 맛있단다. 

간단하지만, 식감도 살리고, 영양소도 살리고... 꽤 괜찮은 반찬 하나가 추가됐다. 

그 후로도 기름기 있는 반찬이 올라올 때 몇 번 해 먹었는데 할 때마다 다들 만족인 반찬이다. 


3. 양파청 

설탕과 양파를 섞은 후 며칠이 지나면 요렇게 가라앉는다.

우리 집 요리에 빠질 수 없는 소스를 꼽으라면 바로 요 양파청이다. 나는 이 양파청을 나물 무침에도 넣고, 각종 볶음 요리나 찌개 등 설탕이 들어가는 거의 모든 요리에 설탕처럼 사용한다. 설탕을 반으로 줄이고, 그만큼 양파청 반 이렇게 넣는데, 단맛은 물론 감칠맛과 깊은 맛까지 살아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암튼 거의 습관처럼 넣는달까?) 

그래서 양파 같은 식재료가 싼 베트남에 온 뒤론 거의 일 년에 두 번씩은 양파청을 담근다. 

시장에서 대량으로 사 온 양파를 깨끗이 씻어 채 썰은 후, 물기를 쫙 빼고 양파와 설탕의 비율을 1:1로 해서 100일 정도 숙성시킨 후, 면포에 넣고 국물만 짜내면 끝!  

100일 정도 숙성을 시켜야 하기 때문에 떨어지기 전 미리미리 만들어 뒤야 하는데, 작은 병에 조금씩 소분 해,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한다.  

아이들과 뭘 할까 하다가, 이번엔 양파 3킬로도 5리터짜리 물통에 두 통을 담았는데, 심심해하던 아이들이 함께 나서서 밤늦게까지 거들었다. 아이들이 직접 말리고 담았으니 더 맛있으리라.. 우리 100일 후에 만나자~ 


4. 레몬 생강청 

거참, 색깔 한번 곱다. 가뜩이나 오토바이 때문에 매연이 많은 나라인 데다, 코로나 까지 겹쳐 우울한 요즘. 지인이 면역력에 좋다며 한 병을 줬는데 아이들이 너무 맛있게 잘 먹어서 오랜만에 만들어봤다. 

깨끗이 씻은 레몬과 생강(생강은 레몬보다 적게 넣었다)을 얇게 썬 후, 설탕과 함께 잘 버무려 섞어놓는다. 하룻밤 정도 잘 섞이게 둔 후, 뜨거운 물에 잘 소독한 유리병에 담으면 끝.  

한 3일 정도부터 먹을 수 있는데, 아침저녁으로 따뜻한 물에 타서 마시거나 수업할 때 한잔씩 타서 주니 이만한 음료수가 없다.  


5. 그 외에도... 

매일 점심을 먹으러 오는 신랑을 위해 점심으로 준비한 한 그릇 식단 가츠돈?! (나는 돈가스가 없어서 치킨가스로 했다), 비 오는 일요일 유럽에 있을 때 만들어 먹었던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만들어 본 짬뽕 (아이들이 이제 짬뽕은 중국집에서 먹지 않겠다고 극찬을 했다. ^^), 햄버거가 먹고 싶어서 집에 있는 모닝빵에 치킨 가스를 넣어 만든 '짝퉁 치킨버거'?!, 이름도 알 수 없는 스페인 요리, 새우 버터구이와 김밥, 국물이 가득했지만 맛은 있었던 등갈비, 맛탕, 마늘치킨 등... 

먹는 것 좋아하는 엄마와 두 남매가 오래 같이 있다 보니 요리도 점점 늘고 있다. 내일은 또 뭘 먹을까~

 

일상으로의 복귀가 언제가 될지 모르는 지루한 나날의 연속... 싸우고, 잔소리하고, 또 사과하고 잘해보자고 응원하고... 그렇게 나도 아이들도 매일매일을 맘을 다스리며 보내는 요즘, 활동적인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지도 못하는 데다 엄마의 잔소리까지 들어야 하지만, 불평 없이 잘 먹어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엄마가 또 아이디어를 내 볼 테니, 우리 맛있는 것 먹으며 내일도 건강하고 기분 좋게 잘 버텨보자~   


+ 엄마 요리가 제일 맛있다며, 식당 차리면 대박 날 꺼라며, 나중에 커서 엄마 식당 차려 주겠다는 권 남매!

그건 마음만 받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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