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시든 것들에게 마음을 보낸다

들꽃의 고독도 똑같은 무게의 삶이다

by 마가렛꽃
Gemini_Generated_Image_wvlgg6wvlgg6wvlg.png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생명을 소유하려 했던 오만함을 반성해 봅니다.



내 온실 속의 이기적인 슬픔


들판에 핀 꽃들이 한겨울 눈 속에 파묻혀 말라 비틀어질 때, 나는 그걸 '순리'라고 불렀다. 수만 송이의 들꽃이 차갑게 얼어붙는 풍경보다, 당장 내 코끝을 스치는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게 우선이었다. 무심했고, 당연했다.


그런데 오늘 베란다 구석, 온실 안의 작은 화분 하나가 시든 걸 보고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잎끝이 노랗게 타들어 가고 고개를 푹 꺾어버린 그 작은 생명 앞에서, 나는 이상할 정도로 가슴이 시리다.

가만히 화분 앞에 앉아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정말 이 꽃의 죽음이 아픈 걸까?


정직하게 말하자면, 꽃이 아니라 내 '애정'이 아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매일 아침 분무기를 흔들고, 조금이라도 해가 더 드는 곳으로 화분을 옮기며 들였던 나의 공들이 수포가 되었다는 섭섭함. 내 손길이 닿았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이 꽃의 생명을 내 소유물처럼 여기고 있었나 보다.


참 이기적인 마음이다. 들판의 이름 없는 꽃들에게는 단 한 번의 눈길도 주지 않았으면서, 오직 '내 온실'에 들어온 존재에게만 이토록 유별난 슬픔을 느낀다니. 나의 온기가 섞였다는 이유로 그 죽음마저 특별 취급하고 있었다.


왜 죽어가는 모든 것들을 향해 공평하게 다정하지 못했을까.


진정한 인간애란 어쩌면 내 온실의 유리벽을 스스로 깨는 일일지도 모른다. 내 화분 속 꽃이 소중한 만큼, 차가운 눈발 속에 소리 없이 스러져가는 들꽃의 고독도 똑같은 무게의 삶이었다는 걸 인정하는 일.


시들어버린 꽃잎을 매만지며 뒤늦은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내가 느낀 건 슬픔이 아니라, 내 사랑의 결실을 보지 못했다는 오만함이었다.


오늘 죽어가는 꽃들을 원망하는 대신, 보살피지 못한 세상의 모든 시든 것들에게 마음을 보낸다. 사랑은 소유한 것을 억지로 붙드는 투쟁이 아니라, 스러져가는 모든 것들의 뒷모습을 묵묵히 지켜봐 주는...


결 하나를 갖는 일임을. 이제야 겨우 한 문장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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