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인 하루를 글로 쓰는 이유

불안한 감정은 비문이라도 글이 된다.

by 마가렛꽃
Gemini_Generated_Image_paypwpaypwpaypwp.png 당신의 필체가 누군가에겐 위로가 된다


미완의 문장들이 모여 삶이라는 책이 될 때


인생이란 완벽하지 않은 하루를 꾸역꾸역 써 내려가는 일이라는 걸, 잉크보다 눈물이 먼저 번진 종이 위에서 배웠다.


어떤 날은 첫 문장조차 떼지 못한 채 하얀 공백의 무게에 짓눌리고, 어떤 날은 마침표 하나 찍지 못해 길을 잃은 비문(非文)처럼 허공을 떠돌기도 했다.


늘 정답 같은 완벽한 문장의 삶을 꿈꾸지만 사실 내가 기록하는 건 길을 잃은 감정들의 오답과 수정의 흔적들이다.


불안이라는 손 끝이 떨릴 때마다 무너지는 마음을 억지로 다잡기보다 그 떨림 자체를 문자로 옮기기로 했다.


완벽한 기승전결은 없어도 괜찮다. 서툰 묘사와 거친 문체, 차마 다 하지 못한 말들이 괄호 속에 갇혀 있어도 그 모든 비어 있음이 결국 나라는 문장이다.


그러니 오늘 하루가 멋진 반전 하나 없는 지루한 단문이었을지라도, 지우개 가루만 가득한 엉망인 페이지였을지라도 그 펜을 놓지 않았으면 한다.


어쩌면 인생은 한 편의 완결된 소설이 아니라, 오늘을 견뎌낸 '미완의 단편'들이 모여 비로소 숨을 쉬는 살아있는 기록이 되니까.


때로는 누군가의 흔들리는 필체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장 따뜻한 위로의 문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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