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참 야속하게도 남의 집 마당에 핀 꽃소식만 먼저 전해준다.
내 손바닥 위엔 여전히 어제와 같은 먼지만 내려앉아 있을 때
남들 다 피었다고 서둘지 마세요. 꽃들은 저마다의 사계를 살고 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시간이 고요한 건 캄캄한 흙 속에서 당신의 이름을 불러줄 우주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들은 벌써 가지 끝에 매달려 세상의 박수를 받으며 웃고 있는데, 나만 홀로 차가운 흙을 만지며 길을 잃은 기분이겠지요.
하지만 잊지 마세요. 화려하게 보이는 작은 화분에 담기기에 당신의 재능은 너무 컸고 당신의 가슴은 너무 묵직했습니다.
조금 더 넓은 들판, 조금 더 높은 하늘이 당신을 맞이할 채비를 하느라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입니다.
당신은 지금 고여 있는 게 아니라 바다로 가기 위해 몸집을 불리는 강물입니다. 멈춰 있는 게 아니라 가장 높은 음표를 찍기 위해 숨을 고르는 쉼표입니다.
부디 늦게 핀다 하여 스스로를 봉우리에 가두지 마세요. 가장 늦게 피는 꽃이 가장 오래 향기로운 법입니다.
당신은 틀린 게 아니라 아껴두는 중입니다. 당신의 계절이 도착하는 날, 세상은 비로소 당신의 긴 침묵을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도 잘 견디고, 잘 지내요. 당신이라는 꽃은 지금 가장 눈부신 계절을 고르는 중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