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는 귀한 존재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남들보다 늦게 피는 꽃이 결국 계절의 이름을 결정합니다
애초에 들꽃은 이름 없이 피어났습니다.
우러러보는 화려한 꽃말이나 근사한 학명 같은 것들, 사실은 그 꽃이 홀로 고독을 견디며 제 안의 빛을 증명해 낸 뒤에야 세상이 뒤늦게 가져다 바친 헌사(獻辭) 일뿐입니다.
그러니 불리지 않는다고 너무 괴로워하지 마세요.
당신의 오늘이 유독 무거운 것은 삶이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어서가 아닙니다. 당신의 꽃잎이 남들보다 훨씬 두껍고, 당신이 머금은 향기가 진해서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잠시 고개를 숙인 것뿐입니다.
바람 한 점에 집을 잃는 민들레 홀씨보다 비바람에도 제 자리를 지키는 묵직한 꽃봉오리가 더 귀한 법입니다.
기억하세요. 먼저 핀 꽃은 먼저 지지만, 가장 늦게 피는 꽃은 계절의 마지막까지 남아 결국 그 계절의 이름을 결정합니다.
당신은 지금 잊히는 게 아닙니다. 우주라는 커다란 무대 위에 오르기 전, 가장 완벽한 '당신의 계절'을 위해 조금 긴 준비의 시간을 지나고 있을 뿐입니다.
당신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단지, 너무 귀해서 피어나는 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중입니다.
오늘도 묵묵히 자신만의 향기를 빚고 있는 당신, 참으로 귀하고 예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