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계절, 그 사람,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마음
붙잡지 못했기에 더 선명한,
기억의 모양.
사라진 순간을
붙잡고 싶은 마음에 대하여.
기억은… 붙잡지 못한 마음
그와 걷던 초가을 오후.
낮게 깔린 햇살과
불쑥 스친 바람에 흩날리던 머리칼.
살짝 스며들던 가을의 향기.
그리고,
내 어깨 위로 조심스럽게 내려앉던 손끝.
모두 흘렀다.
그래서 자꾸 되감게 된다.
마치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것처럼.
시간은 흘러가는데
그 장면만은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지나간 계절을 두 손으로 붙잡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공기를 다시 들이마시고 싶은 마음이
가끔씩, 아주 깊숙한 곳을 긁고 지나간다.
가로수 아래 흩어진 낙엽,
버스 창에 맺혔던 숨결,
그날 그가 입었던 옷에 남아 있던 잔향까지—
잊힐 법도 한데,
잊히지 않는다.
기억은 어쩌면
붙잡지 못한 마음의 조각들.
이미 끝난 계절을 품고 살아가는 일.
다시는 오지 않을 사람에게
속절없이 손을 뻗는 일.
그렇게,
그만큼 사랑했다는 증거다.
그리워하는 내가 약해서가 아니라,
그 순간을 진심으로 품었기에
마음이 아직도 그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순간은 늘 스쳐가고
우리는 결국 그 잔향만을 껴안고 살아간다.
그래서 기억은,
지금을 더 깊이 살아내라는
슬프고도 다정한 명령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지금 이 순간조차
눈물처럼
아련히 떠오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