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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송 Jun 19. 2021

앙금이 생기는 이유는 생각보다 작은 일이다

TV에서 지난 <아이콘택트> 프로그램을 보게되었다. 연예계 대표절친이었던 조혜련씨와 홍진희씨가 5년여의 연락두절 후 서로 마주했다. 둘은 집도 가까웠고 홍진희가 드라마 촬영으로 힘들어하자 조혜련은 매니저를 자처해 수시로 동행하고 대본연습도 함께 해주었다. 그 날도 홍진희의 집에서 함께 대본 연습 후 늦은시간에 집을 나서게 되었다. 너무나 피로감이 몰려왔던 홍진희는 조혜련에게 택시를 타고가라고 했다. 하필 그날은 비바람이 치고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택시는 잡히지 않았다. 조혜련은 결국 집까지 비바람을 맞으며 걸어갔다. 그때 이후 다시는 연락하지 않기로 마음을 닫아버리고 어느덧 5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까맣게 모르던 속마음을 이제야 알게된 홍진희는 그 동네는 콜을 부르지않으면 택시가 오지않는데 같은 동네에 사니 당연히 알고있을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그때 다시 집으로 들어와서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고 말을 했으면 자신이 바로 해결을 해주었을거라고도. 그래서 연락을 두절했다니 "제 정신이니?"


서로의 입장차가 있다. 조혜련은 홍진희를 위하는 마음에 흔쾌히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홍진희도 그 마음을 알고있었다. 여기서 감정적으로 충분히 감싸안아지지 않은 부분은 조혜련의 배려에 대한 홍진희의 감사의 마음이다.


인간관계 속의 여러가지 복잡미묘한 감정들 속에 내가 가장 크게 준 부분이 상대로부터 인정을 받고 감싸안아진다면 서운한 마음이 들지않는다. 조혜련씨가 홍진희씨를 생각해 몇날몇일을 한달음에 달려온 마음, 밤늦도록 함께해준 마음. 홍진희씨도 당연히 고마워했고 조혜련씨는 그녀에게 자신과 마음이 통하는 사랑하는 동생이었다. 그러나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고마운 것도 자꾸 받으면 당연하게 여기고 체감의 정도가 점점 줄어들기도 한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서 조혜련의 노력에 관한 옛 일을 소환하자 홍진희가 바로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어릴 때의 나는 복잡한 마음, 관계 이런 것들이 머리아팠다. 되도록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상황을 아예 만들지 않으려 했다. 타인에게 짐을  지우는 것 같았다. 최대한 도움없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하려고 했고 먼저 도움을 청하는 일은 더더구나 지양했다.

주위에 늘 사람이 많은 사람을 보면 도움을 받기도 잘 해서 신기하고 부러웠다. 들여다보니 그들은 도움을 받고나서 충분한 피드백을 통해 자기사람으로 관계를 더욱 돈독히 만드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나도 누군가를 도와줬을 때 기뻤고 그 마음의 중심에는 기쁘고 고마워하는 상대방이 있었다. 호의를 가벼이 여기지않고 진심으로 고마워할 줄 알고 충분히 감사하다는 마음의 표현을 할 줄 안다면 나도 나보다 지혜로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는 것을.


서머싯 몸의 문학 [인간의 굴레]에 이런 대목이 있다. 필립은 아주 나이많은 노선생에게 프랑스어를 배우고 있었다. 선생은 늘 남루한 행색이었고 수업료는 비싸지 않았다. 하루는 노선생의 몸이 아주 안 좋아보였다. 필립은 수업료는 계속 낼테니 몸이 나을 때까지 쉬시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다. 그리고 다음주 수업료를 테이블 위에 조심스레 올려놓았다. 노선생은 그렇게 하자며 돈을 집어들더니 깍듯이 인사를 하고 말없이 가버렸다.


"필립은 가벼운 실망감을 느꼈다. 아량을 베풀었으니 상대방은 무언가 감사의 표현으로 그를 감격시키리라 생각했던 것이었다. 노선생이 선물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뜻밖이었다. 필립은 아직 어렸기 때문에, 은혜를 입은 사람보다 그것을 베푸는 사람 쪽이 은혜에 대한 의식이 훨씬 강하다는 것을 몰랐다."


도움을 주는 사람은 그것이 아무리 작은 것이라해도 선한 의도를 갖고 행하는 사람이다. 받은 상대가 조금만 고마워하든 별로 고마워하지 않든지간에 행한 사람은 좋은 행동을 했기에 스스로 뿌듯하다.


하지만 마음은 오간다는 것을 잊지말아야겠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다면 우선 선의에 대한 진심어린 감사의 표현을 하자.

작더라도 고맙게 느낀 일이 있다면 지나치지말고 표현하자.

감사의 마음을 많이 표현한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이 아니다.

고마운 마음의 표현은 아무리 과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이러한 표현은 부족한 것보다는 넘치는 것이 낫다. 꼭 선물이 아니어도 진심어린 말을 전할 수 있다. 작은 일이라도 나의 도움을 받은 이로부터 감사의 마음을 흠뻑 되받는다면 그 다음의 다른 일도 얼마든지 마음을 다해 도와주고 싶어진다.

마음은 오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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