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벽마감 이야기
외벽에는 노출 콘크리트도 사용되지만, 대부분은 마감을 하게 된다. 페인트, 석재, 알루미늄, 목재 등 선택지는 다양하다. 건물은 각 재료의 느낌과 예산에 맞추어 색을 입는다.
모든 재료에는 규격이 존재한다. 생산의 한계와 운반 조건에 따라 크기와 두께가 정해진다. 설계자는 이를 확인한 뒤 건물에 어울리거나 효율적인 모듈을 찾아 적용한다. 시공자는 현장에서 업체와 실측을 거쳐 시공 도면, 즉 샵드로잉을 제작해 제출한다. 이후 각 전문업체가 공정을 맡아 공사가 진행된다.
모든 공사는 건설사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다. 건설사는 관리와 책임을 맡고, 실제 시공은 각 공정별 단종업체가 나눠서 담당한다. 단종업체는 하나의 공정만 맡아 시공하는 전문 회사이고, 건설사는 이들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종합건설업 면허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건설사 직원이 직접 자재를 나르고 붙이는 줄 오해하기도 한다. 실제로는 단종업체가 이런 일을 하고, 건설사는 그 과정을 관리·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감리를 하다 보면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첫째는 자재 수급이다. 수입 자재 의존도가 높아 납기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자재 변경 요청이 발생한다.
둘째는 도면과 다르게 임의 시공이 이뤄지는 경우다. 시간에 쫓겨 건축주·설계자와 협의 없이 진행해 버리는 것이다. 셋째는 재료의 물성을 모른 채 선택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다.
몇 해 전 현무암 외장재로 인한 누수 진단을 맡았다. 당시 건축가들이 현무암을 유행처럼 건물에 붙이던 시기였다. 그러나 현무암은 화산암으로 내부에 구멍이 많아 외부에 그대로 노출되면 빗물과 먼지를 머금기 쉽다. 내가 찾은 현장은 외벽 상부 두 겁을 현무암으로 마감한 상태였다. 보기에는 매끈했을지 모르지만, 결국 비가 새어 창문 위쪽에서 누수가 발생했다.
스카이차를 불러 확인하니 이음새 코킹이 허술했고, 작은 틈새로 빗물이 스며든 것이었다. 옥상도 점검해 보니 두 겁이 모두 현무암이었다. 결국 긴급히 철거하고 다른 재질로 교체했다.
비슷한 문제는 큐블록을 외장재로 쓴 건물에서도 벌어졌다. 구멍이 뚫린 장식 블록이 예쁘다는 이유로 적용한 것이다. 큐블록은 외장재로 개발된 게 아니다. 그 자체가 시멘트 블록이라 물을 온전히 흡수해 버린다. 그리고 1층에 설치된 벽돌 하부에 반드시 있어야 할 숨구멍과 물구멍이 없었다. 벽 내부에 물이 고이면 배출될 통로가 없는데도 고려되지 않았다.
설계·시공·감리 모두 경험이 부족했고, 소규모 현장이라 건축사가 감리까지 맡았지만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수천만 원을 들여 다른 재료로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례는 드물지 않다. 많은 건축사들이 자신을 디자이너로 착각한다. 철학도 소신도 없이, 감각만 믿고 재료를 고른다. 최소한 시방서라도 확인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느냐”라고 묻겠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끊임없이 벌어진다. 나 역시 직장생활 시절부터 개업 건축사로 살면서 수없이 봐왔고 해결해 왔다.
자격증은 책임을 명분 화하는 장치일 뿐, 실력을 보증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