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열재 이야기
콘크리트 공사가 끝나면 건물은 후속 공정을 시작한다. 그중 단열은 우리나라 건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단열재 부착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콘크리트 외부에 붙이는 방식은 외단열, 내부에 붙이는 방식은 내단열이라 부른다. 아파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건축물은 외단열을 기본으로 한다..
우리 사회의 급격한 경제 성장과 함께 아파트는 가장 효율적인 주거 방식을 선택했다. 마을 단위의 삶이 가족, 개인 단위로 옮겨 가면서 아파트는 대표 주거형태로 자리매김했다.
내단열 공법을 사용하면 외부에 마감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외벽에 페인트 칠하고 내부에 단열재를 붙이는 걸 선호한다. 공사 기간도 줄이고 경제성 확보에 최적이기 때문이다.
분양가가 높든 낮든 외부 모습은 비슷하고, 내부 크기와 마감재 수준만 다른 이유다.
문제는 단열의 본질이다. 단열은 외부와 내부의 온도 차를 줄여 결로를 막는 장치다. 결로가 집 안에서 생기는 것이 옳을까, 집 밖에서 생기는 것이 옳을까. 답은 자명하다. 외부에서 발생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집 안에서 결로를 감수하는 구조 속에 살고 있다.
결로는 단순히 벽에 물방울이 맺히는 현상으로 끝나지 않는다. 장기간 반복되면 벽체 내부의 곰팡이 발생, 마감재 변색, 심지어는 구조체 철근 부식까지 이어진다. 실제로 하자보수 상담 중 가장 빈번한 사례 중 하나가 ‘결로’와 ‘곰팡이’다.
입주 초기에는 멀쩡하다가 몇 해 지나 겨울철에 벽지가 까맣게 변색되며 드러나곤 한다. 그때가 되면 하자보수를 받기도 어렵다. 일정 주기별로 보수하면서 살아야 한다.
건축 설계도 분야도 비슷한 현상이 있다. 주거 건축을 전공한 사람은 내단열을 당연시하고, 일반 건축을 해온 사람은 외단열을 전제로 도면을 그린다. 상호 간 공방이 이어질 때도 있지만 결로의 발생 위치를 따져 본다면 답은 정해져 있다.
해외에서 우리 아파트의 내단열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북유럽이나 독일 등 단열 성능이 엄격히 관리되는 나라에서는 외단열이 기본이다.
그들은 단열재의 위치를 ‘선택’이 아니라 ‘상식’으로 본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내단열을 고수해 왔을까.
첫째는 공사 기간 단축이다. 콘크리트 골조가 끝나자마자 실내 작업을 진행할 수 있어 분양 일정에 유리하다.
둘째는 초기 비용 절감이다. 외단열은 공정이 늘어나고, 외벽 마감재도 다양해지니 단가가 올라간다.
마지막은 관행이다. 수십 년간 같은 방식으로 지어온 결과, 설계자와 시공자 모두 내단열을 기본값처럼 인식하게 된 것이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지만, 실내 공기는 곰팡이 냄새와 함께한다. 표면만 번듯한 집에서 살아가는 셈이다.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집이 화려한 치장 속에 감춰져 있다는 사실, 그 불편한 진실은 단열재의 위치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