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도감 ep.16 내부 칸막이벽

by Celloglass

신축 상가 건물의 전면 통창을 통해 들여다보면 흰색 벽으로 나뉜 공간이 보인다. 우리는 이를 칸막이 벽, 경량 벽체라 부르고, 일반인들은 석고벽이라 부른다. 내부에 경량 철골 러너와 스터드를 세우고 그 위에 석고보드를 붙였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모든 벽체는 천정과 맞닿아 있다. 서로 의지하듯 맞물려 하나의 공간을 구성한다. 그러나 과거에는 사정이 달랐다. 상가나 사무실의 구획 벽을 천정 밑까지만 세우던 시절이 있었다. 먼저 천정을 통으로 설치한 뒤 벽체를 세우면 공사 기간이 줄고 물량도 아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후에 발생한다. 누군가 두 개 실을 터서 넓게 쓰고자 벽을 철거한다면 어떻게 될까. 석고벽이 천정 밑까지만 설치되어 있다면, 진동은 옆 호실로 그대로 전달되고, 먼지와 소음은 고스란히 옆 공간으로 흘러 들어간다. 오래된 건물에서 사무실이나 상가를 임차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전화 소리, 수도 소리, TV 소리까지 마치 한 집처럼 공유하는 경험을.

그래서 요즘 공사에서는 위층 슬래브 하단까지 석고벽을 올리는 것이 원칙이다. 정확히 구획해야 소음과 먼지가 차단되고, 서로의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준공 이후 임차 과정에서 이뤄지는 인테리어 공사는 다르다. 내부에서만 이뤄진다는 이유로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시작부터 끝까지 법적 구속력이 없다.

결과는 뻔하다. 인테리어 업자들은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석고벽을 다시 천정 밑까지만 세운다. 그래서 어느 날 내 사무실에서 통화한 내용이 옆 사무실로 흘러 들어가는,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인테리어 공사는 건축공사에 견줄 만큼 다양한 공정을 포함하지만,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현재의 시공법이나 시방서와는 동떨어진 채, 업자의 편의와 비용 절감 논리에 따라 공사가 진행된다. 분쟁이 발생하거나, 인명·재산상 피해가 생겨도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

이유는 단 하나, 인테리어라는 이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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