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건축물에서 창은 얼굴의 역할을 한다. 어떤 외장재보다도 더 많이 쓰이고, 건물의 인상을 좌우한다.
창은 개방성을 상징한다. 눈이 오거나 비가 내려도 창을 통해 바깥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퇴근길 올림픽대로에 차가 길게 늘어서도, 기밀성이 좋은 창을 닫아버리면 소음은 차단되고 눈앞에는 야경만 남는다. 창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 되었고, 사람들은 더 크게, 더 많은 곳에 쓰이기를 원한다.
하지만 일반인에게 창은 단일한 아이템이지만, 우리에게는 세 가지 이상 아이템이다. 창틀, 유리, 하드웨어. 각각이 따로 발주되고, 따로 선택될 수 있다. 당신은 창 브랜드만 고르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특히 유리는 설계와 맞물려 다양한 제품으로 교체 가능하다. 이 사실을 모르는 건축사사무소도 많다.
건설사는 이 틈을 파고들어 별도 지정이 없으면 유사 색상의 중국산 제품으로 바꿔치기한다. 심지어 유리의 색상이나 반사율조차 지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건설사는 그저 가장 편한 선택을 하고는 모른 척한다.
사정을 잘 아는 건축사들은 아예 제조사의 품명을 지정해 버린다. 그러나 건설사는 자재 수급 문제를 핑계로 자신들이 쓰고 싶은 업체 제품으로 바꾸길 원한다.
오래된 건물과 최근 지어진 건물을 비교해 보면 창에 비친 모습에서 이질감을 느끼곤 한다. 정확히 말하면, 유리에 비친 풍경이 심하게 왜곡되는 창과 그렇지 않은 창의 차이다.
이는 제작 과정에서 차이가 난다. 강화 과정에서 생기는 열처리 왜곡(롤러 웨이브) 때문에 표면이 굴곡지게 되고, 그 결과 외부 풍경이 일그러져 보인다.
가까운 일본만 가도 그 차이는 극명하다. 유리에 비친 주변 풍경이 깨끗하다. 이는 무엇보다 제작 공정에서 생기는 차이가 가장 크고, 그 다음으로는 검사와 허용 기준의 차이 때문이다.
한국은 사실상 검사가 없다. 시험성적서라 불리는 서류 몇 장으로 대신할 뿐, 현장에서 유리의 평탄도나 왜곡을 직접 확인하지 않는다. 공사 기간과 비용에 밀려 저가 공정을 선호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한국 현장에서는 여전히 제작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중국산 제품들을 선호한다. 유리 설치는 공사의 마지막 공정임에도, 제작 시간과 자재 수급을 이유로 든다. 결국 비용 문제일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
당신 집에도 꼭 중국산 유리를 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