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도감 ep.20 사용승인

by Celloglass

공사가 마무리되고 사용승인이 완료되면 긴 건축의 여정이 끝이 난다. 심의부터 허가, 그리고 각종 전문위원회 심의들. 최근에는 기존 건축물이 있는 경우 ‘기존 건축물 해체공사 심의’, ‘허가’, ‘착공’, 그리고 멸실 신고까지. 이 험난한 과정을 거쳐 착공신고를 마치고 사용승인을 접수하는 시점이 되면, 긴장은 풀리지만 몸과 마음은 이미 지쳐 있다.


어떤 정부에서는 행정 간소화를 외치며 절차를 통합하고 간소화한다. 하지만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무자비한 각종 심의와 절차들이 새로 생겨난다.


이런 상황이라 집만 지어도 10년은 늙는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과거 ‘준공’이라 불리던 용어가 ‘사용승인’으로 바뀐 것 외에는, 긴 여정의 끝을 알린다는 의미는 동일하다. 하지만 이후에도 절차는 남아 있다.


사용승인 신청 시 접수했던 건축물대장이 등재 완료되면, 그 이후에 등기부등본을 신청할 수 있다. 등기까지 완료되고 각종 세금 처리가 끝나야 비로소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이 과정에 오기까지 땅을 소개해준 공인중개사, 토지 검토부터 건축물 설계와 감리 과정을 함께한 건축사, 그리고 건설사까지 많은 전문가들을 통해 건축물은 완성된다. 이후 세무사와 법무사를 통해 각종 세금 정리와 등기가 마무리된다.


건축물을 직접 지어본 사람들은 안다. 이 단어들을 나열만 해도 얼마나 고된 일인지.


그만큼 건축주에게 사용승인이란 특별한 의미가 있는 행위다.


공공건축물에서는 첫 삽을 뜨는 착공식에서 커팅식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사용승인 때는 준공 파티를 열어 서로의 노고를 자축한다.


하지만 그들의 기념사진에는 늘 처음 함께 시작한 이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대단한 건축물이 생겼다는 기사는 나오지만, 정작 누가 설계했는지는 보도되지 않는다.


우리는 건설사 이름은 기억해도 건축사 이름은 기억하지 않는다. 알지 못하므로.


아마 앞서 인허가 과정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그 보이지 않는 과정 속에 수많은 사건·사고가 있었음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공사가 착공되면 그 이후부터는 건축사는 온데간데없다. 이제는 건설사의 시간으로만 기록된다.


건물이 잘 지어져도, 건설사의 시공 능력으로만 평가받는다. 우리는 원제작자에 대한 존중에 무심하다.


설계자에게는 그저 잔금을 받는 날로만 기억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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