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신 ep.3 빈집

by Celloglass

예상대로 수상 이후 인터뷰는 쇄도했고, 일감은 내가 선별해서 받을 수 있었다. 모 대기업 회장님의 저택을 맡게 되면서 내 이름값은 더 올라갔다. 이제는 돈만 있다고 해서 누구나 나와 함께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 나는 잘 나가는 건축사였다.


회장님의 초호화 주택은 준공을 앞두고 있었다.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부터 수없이 수정했던 기획안들이 스쳐갔고, 인허가 과정의 험난했던 순간들도 떠올랐다. 드디어 준공이라니, 감격스러웠다.

비서실에서 초청장이 도착했다. 준공 파티에 함께하자는 것이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내 앞에 펼쳐지니 신이 났다.


파티 날, 일찍 일을 마치고 서둘러 출발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경비실에 초청장을 내밀며 말했다.


“이 집을 설계한 건축사입니다.”

내부를 먼저 둘러볼 수 있었다.


집 내부는 화려했다. 이태리 대리석으로 마감된 벽, 이름도 생소한 수입 가구들, 전시관에서 옮겨온 듯한 거대한 그림들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눈부신 조명 아래 모든 것이 반짝였다. 그러나 그곳에는 내 건축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계절의 변화에 따른 빛의 방향을 고민했고, 바람의 흐름을 설계했으며, 사람들이 어떻게 이 집 안에서 살아갈지를 그렸다. 하지만 그 모든 의도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손길 아래 감쪽같이 지워졌다. 집은 건축이 아니라 전시장 같았다. 아니 절제와 품위가 없이 치장으로 가득했다.


그들에게 건축적 철학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내 이름, 내 브랜드가 필요했을 뿐이다. 나는 결국 내 브랜드를 돈 받고 팔아버린 셈이다.

“이건 내가 설계한 집이 아니야…”


관계자들이 오기 전, 나는 집을 빠져나왔다. 한 점에 수십억을 호가하는 그림은 걸려 있지만, 정작 건축은 그들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 집은 적어도 내가 의도한 건축은 아니었다.


수상 직후 기자회견에서 젊은 기자가 던진 질문이 떠올랐다.

“건축사님의 건축은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꿨습니까?”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도 답할 수 없다. 내 건축은 사람의 삶을 바꾸지 못했다. 그저 허울뿐인 껍데기를 만들어냈을 뿐이다.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나는 건축가가 아니라, 고급 인테리어 전시장의 간판에 불과했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 내 삶을 설계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전 02화위신 ep.2 공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