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신 ep.2 공허

1부 균열 - 위신의 허상

by Celloglass

오늘은 대한민국 건축대상이 있는 날이다. 일주일 전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에 아침부터 분주했다.

내 이름이 호명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로 향했다. 사회적 관심이 크지 않아 참석자도 기사도 많지 않았지만, 긴장한 모습은 역력히 드러났다. 레드카펫을 밟으며 속으로 되뇌었다.

“나는 권위 있는 건축사로 다시 태어나는 거야.”


내 화려한 경력의 정점을 찍는 순간이었다. 수상 소감도 수도 없이 연습해 왔다. 권위 있는 건축사답게 짧고 단단하게, 대한민국 건축사의 얼굴처럼. 속으로는 세상을 다 가진 듯했다.

“이제 모든 설계가 나에게 몰려오겠지. 유명 연예인들도 나를 만나고 싶어 할 거야.”


상을 받기도 전에 나는 망각에 빠졌다. 하지만 나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트로피와 꽃다발을 받고 기념촬영 후 단상에 섰다. 나는 준비한 대로 말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함께해 준 가족과 직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 상은 능력보다 앞으로 더 노력하라는 겸허한 조언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공간 창조를 통해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미래 사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겠습니다.”


겉만 번지르르한 말이었다. 속으로는 생각했다.

“인간의 삶보다 내 디자인 능력 때문이지. 건물만 예쁘면 돼. 그러면 이유 불문하고 사람들이 몰려드는 거야. 내 건물도 지어달라고.” 쏟아져 들어올 인터뷰와 일감을 상상하며 이미 부자가 된 듯했다.


한참 기자회견을 진행하던 중 한 젊은 기자가 물었다.

“건축사님의 건축은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꿨습니까?”


순간, 말문이 막혔다.

내가 사람의 삶을 바꾼 적이 있었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뭐 그런 게 있어? 그게 가능해?


축하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 기자의 말이 내 머릿속을 다시 자극하기 시작했다.

“내가 왜 상을 받은 거지?”

“그게 그렇게 좋았나?”

“사실 건축주도 진상이었는데…”


답은 나오지 않았다.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수많은 의문만 낳을 뿐, 답은 끝내 찾지 못했다.

결국 시간 속에서 잊혀갔다. 아니, 내 기억 속에서 지웠다. 애초에 나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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