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신 ep.11 정리

3부 첫 삽 - 실험

by Celloglass

이 프로젝트에는 사무실에서도 관심이 크다. 설계안을 처음 검토했을 때 공공의 성격을 가진 프로젝트이기에 자발적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때 함께 해주기로 했다.


오늘 아침은 모두 부동산 2층으로 집결했다. 세상 가장 편한 복장으로 모였다. 나는 방진 마스크를 개별적으로 나눠주고 나서 청소 구역을 나눠 정리하기로 했다.


건물과 건물 사이 굳게 잠긴 철문은 우리 손으로 철거했다. 실외기들은 업체 도움을 받아 보행에 방해되지 않게 정리했다. 추후 가림 시설로 시각적으로 차단할 생각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청소였다. 우리는 구슬땀을 흘리며 작업을 이어갔다.


거리 청소는 꼬박 일주일 이상 이어졌다. 고물들은 모두 수거했고, 돈으로 교환해 매일 시장에서 뒤풀이를 했다. 이 일은 우리에게 교훈과 학습의 장이었기에 모두의 생각이 궁금했다. 공공의 성격이 강해서인지 모두 보람을 느꼈다.


길을 살리는 핵심은 벽화였다.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건물 벽에 그라피티 방식으로 그리는 것이다. 그래서 원상 복구 조항을 제시했던 것이다.


나는 매일 밤 홍대 뒷골목을 돌아다니며 그라피티에 몰두하는 젊은 학생들을 만났다. 그들에게 제안했다. 이곳에 오면 내가 도화지를 줄 테니, 너희는 매일 와서 그 위를 채워주길 바란다고. 필요한 락커와 식사는 내가 제공하기로 했다.


늘 눈치 보며 연습하던 아이들은 흔쾌히 동의했다. 우리가 청소하는 동안에도 정해진 공간에 그라피티 작업을 이어갔다.


그들은 이 거리가 존재하는 한 언제든 와서 작업해도 된다. 이미 그려진 작품은 서로 동의하에 덧칠하거나 지워도 된다. 우리의 거리는 그들의 연습장이자 도화지가 되어, 매일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게 된다.


또한 구청과 협의해 이곳에 가로등 정비를 요청했다. 인적이 끊긴 뒤 구청도 관심 밖이었던 모양이다. 모든 게 파괴와 방치로 남아 있었으니.


그렇게 우리의 길은 치워지고, 채워지며 완성돼 갔다.


점심시간에는 우리 길을 따라 산책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시장에서 점심을 먹은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커피 한 잔씩 들고 담소를 나누며 산책길로 삼았다.


한 명 두 명 늘더니, 이제는 그라피티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명소가 됐다. 누군가의 피드가 또 다른 사람을 불러들이는 원동력이 됐다.


생각지 못한 반응에 부동산 사장님들과 나는 어리둥절했다. 이렇게 빠른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골목길의 바탕은 스스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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