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들과 약속한 계약 조항이 하나 더 있다. 내가 이 거리를 활성화하는 데 성공한다면, 1층에 상점을 입점시켜 주겠다고 약속했다. 부동산 할아버지도 곁에 계셔 든든했다. 대신 버려진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젊은 창업자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입점 후 6개월간 렌트프리, 그 이후에는 3년간 주변 시세의 절반만 받도록 요구했다. 이미 공실로 지낸 지 오래라 모두 흔쾌히 동의해 주셨다.
아마 성공할 거라는 생각 자체를 안 하셨을 것이다.
우리는 청년 창업자를 모집하기 위해 각종 SNS에 공고를 냈다. 조건은 단순했다. 첫째, 본인의 사업계획서가 명확해야 한다. 둘째, 업종 중복을 막기 위해 업종 변경은 불가하다. 셋째, 모든 인테리어는 내부에 한정하며 골목길과 연결된 외부는 보존해야 한다. 그 조건으로 6개월간 렌트프리와 반값 임대료를 보장했다.
관심은 뜨거웠다. 수백 명의 청년들이 지원했다. 그들은 자신의 꿈을 이 거리를 배경으로 이뤄지길 바랐다.
1차 서류 면접을 통과한 이들은 모두 1층 부동산을 통해 개별 임차계약을 맺었다. 업종과 금전 여건에 맞는 상점을 직접 고를 수 있게 했다. 젊은 이들의 아이디어는 빛을 발했다. 어떤 이는 미용실 간판이 걸린 건물에 바버숍을 차렸고, 또 다른 이는 철공소 간판이 붙은 건물에 목공소와 솥뚜껑 삼겹살집을 열었다. 누구도 자신의 가게에 커다란 간판을 달려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 골목길을 이해하고 있었다. 죽어가는 곳에 젊은 사람들이 모여 도시를 살리려는 의도를 충분히 존중한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모였기에, 이곳은 분명 잘 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처음으로.
하루가 다르게 골목길은 불빛으로 채워졌다. 시장에서 식사하던 사람들이 우리 골목에서 맥주를 마시고,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저녁이면 어둠뿐이던 이곳에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제 부동산 할아버지 건물도 정리가 필요했다. 2층 한쪽 구석만 사용했을 뿐, 나머지 공간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우리는 이 건물을 ‘청년지원센터’라는 이름을 붙였다. 골목길에 입점한 상인회가 자체 관리를 위해 모일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랐다. 그래서 이곳 2, 3층을 공유 오피스로 꾸몄고, 그 수익으로 임대료를 충당할 계획이다. 나 혼자 이 큰 공간을 쓰는 건 낭비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청년 창업이 상업시설만으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자리도 안착된다면, 골목길 전체가 스스로 자생할 것이다. 모두가 골목길을 속에서 어우러져 제자리를 찾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