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신 ep.13 음지

by Celloglass

하나하나 상가들이 채워지면서 거리의 활력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상인회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모여 골목길 정화에도 힘을 썼다. 점심시간부터는 사람들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길의 맛을 알게 됐다. 시시각각 변하는 분위기, 오래되고 낡음이 지켜지는 것에 대한 고마움. 굳이 이곳에서 식사를 하지 않더라도 이 길을 걷길 원했고, 사진으로 일상을 기록했다. 그 사진은 피드를 타고 퍼져 나갔다.


하지만 이 순간도 잠시였다.


우리가 조성한 길 외 건물주들이 불만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급히 건물 외관을 정비했고, 비싼 가격에 상가들을 부동산에 내놓기 시작했다. 시작이 달랐기에 그들은 이 길을 이해하지 못했다.


길을 따라 선뜻 동의했던 건물주들마저 마음이 동요되기 시작했다. 이 기회에 매매를 시도하는 분들, 기존 계약은 효력이 없는 종잇조각일 뿐이라 주장하는 분들. 모두가 이 거리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골목길 사거리에 있는 재개발 조합에서는 낡은 현수막을 새것으로 교체했다. 조합사무실은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죽어가던 골목길을 청년들의 손으로 살려냈지만, 또다시 불어닥친 재개발 바람이 우리를 강타하고 있었다.

타협은 없었다. 기존에 동의했던 건물주들은 원상복구를 요구했다. 한 달 안에 원상복구를 하지 않으면 고발하겠다는 것이다. 새롭게 들어온 상가들은 대형 프랜차이즈로 채워지고 있었고, 우리 청년들은 길을 잃고 있었다.


우리는 청년지원센터에 모였다. 밤샘 회의가 이어졌다. 회의가 길어질수록 그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게 무너져 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신촌은 전통적으로 옷가게며 소품상점들이 밀집해 인기를 끌던 곳이다. 그곳에 중국 관광객들이 들이닥치자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하나둘 자리 잡기 시작했고,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오르기 시작했다.


신촌에 있던 상인들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곳은 누군가의 만남의 장소였고, 추억이 깃든 장소였지만 더는 사람이 모이지 않았다. 추억마저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그들은 연남동으로 떠났다.


그들이 다시 모이자, 더 큰 자본들이 함께 들어왔다. 몇 년간 공사를 한답시고 동네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주택을 리모델링하고 신축 건물을 지어 임대료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흩어졌다.


지금의 신촌거리는 공실로 넘쳐난다. 사람들의 발길도 끊겼다. 아무도 찾지 않는다.


신촌의 몰락은 누구의 책임인가. 묻고 싶은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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