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도감 #.003

첫 현장방문

by Celloglass

두 번째 현장사무실 방문이었다.


이날의 이슈는 설계변경과 공사비였다.

설계는 바꾸고 싶단다. 하지만 공사비는 그대로란다.


스펙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조정하면서도, 예산은 건드릴 수 없다고 말한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요즘 건설사들은 치솟은 공사비를 그저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마치 자기들 노고에 대한 자연스러운 보상이라도 되는 양.


결과 없는 두 번째 미팅이 끝났다.


그럴 거면 왜 굳이 현장에서 만나자는 걸까.

그냥 서울에서 하면 안 됐을까?


미팅 종료 후 예약해 둔 비행기 시간까지 한참이 남았다.


그때 공사과장과 눈이 마주쳤다.

“현장 한번 보여주시죠~!”
“네~! 저랑 같이 가시죠~!”

자신감 있는 태도, 나쁘지 않았다.


자주 연락을 주고받아야 할 사이이니, 친해질 필요도 있었다.


이 현장은 사무실에서 도보로 5분 거리.

골조는 지상 1층까지 올라와 있었고, 딱히 새로울 것도 없었다.


우리는 지하층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전 회사를 나온 이후, 처음으로 다시 서보는 현장이었다.

계획도 잡기 전, 나는 이 주변 골목골목을 뒤지며 다녔고

주변 상가 2층 테라스에서 현장을 내려다보며 미팅을 하기도 했다.


이곳에 좋은 건물이 들어서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분양 건축물은 상품이다.

잘 팔릴 수 있는 평면을 만들어야 한다.

저층부 상가의 구성은 특히 중요하다.

주차장과 주출입구의 위치 하나로 분양 성패가 갈린다.


가끔 선 몇 개로 무책임하게 나눈 상가를 보면 마음이 답답하다.


그 건물은, 대부분 미분양이 되어 남는다.


나는 지하 6층까지 내려갔다.

그리고 한 개 층씩 위로 올라오며 현장을 확인했다.


지하 3층쯤, 주차 경사로에서 거슬리는 기둥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공사과장을 불러 세웠다.


“과장님, 이거 뭐죠?”
"도면에 있는 겁니다."
"제가 본 도면에는 없는데요."
"구조도면에 있을 겁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건축도면과 구조도면 간의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설령 구조 계산에는 맞더라도, 주차장법상으로는 불법이 된다.


투자운용사는 이미 다른 일정으로 이동한 상태였다.

급히 전화를 걸어 상황을 전달했다.

구조도면상에 있더라도, 이건 법적으로 문제 소지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충격은 다르다.


그들은 부동산 전문가이지, 건축 전문가가 아니다.

감각과 무게가 다르다.

그들에게는 ‘어떻게든 해결되겠지’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겠지만,

나에게는 ‘이건 언젠가 문제가 될 것이다’라는 예감이 더 선명했다.


지금은 도면이 완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라

확실한 판단은 유보할 수밖에 없었다.


비행기 시간도 가까워졌다.


공사과장과는 내일 다시 통화하기로 하고 현장을 나섰다.


택시 타고 이동하는 내내

계속 마음 한켠이 불편했다.


뭔가 쎄~한 느낌.

…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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