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어디에도 없다.
건축도면에도,
구조도면에도.
도대체 뭐지?
출근과 동시에 파일을 하나하나 열어서 확인했지만,
어제 보았던 기둥은 어디에도 없었다.
나름 수많은 현장을 경험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머리가 복잡해질 무렵, 순간 공사과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가설기둥이라는 것이다.
가.설.기.둥
이 사업장은 슬러리월로 토공사를 설계했고,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해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했다.
즉, 지하층 규모의 외곽에 콘크리트 박스를 만들고
토압에 무너지지 않게 철골로 가설기둥을 세우는 방식이다.
그런데, 그 기둥을 철거하지 않았다.
내가 본 사업에 참여하기 전 상황이어서 물었다.
“설계 변경을 하셨나요?
감리의 승인을 받고 하신 건가요?”
“...”
대답이 없다.
지하 6개 층의 골조 공사가 완료되었고, 지상 1층 골조까지 완료가 된 상황이다.
지금은 지상 2층 타설을 준비 중이다.
1년이 지나도록,
감리가 몰랐다는 것인가?
아무도 이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인가?
누구라도 현장을 봤다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내가 지적하기까지 아무도 몰랐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일단, 건축과장과 전화를 끊었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거 내가 다 뒤집어써야 되나?
내가 어떻게 해야 되지?
내가 아무리 설계자로 이름이 올라갔다고 해도,
나는 감리자가 아니다.
법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문제제기를 할 수는 있어도, 공사를 중단시킬 수도 수정시킬 수도 없다.
나는 투자운용사에 전화를 걸었다.
도면상의 위치와 현장 사진을 보내고 설명을 반복했다. 하지만, 이해시키는 데에도 시간이 걸렸고,
받아들이는 온도는 나와 너무 달랐다.
현장에 공식적인 공문과 전체 메일이 발송되기까지 수일이 걸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머릿속이 멍해졌다.
그전 사무실에서도 현장을 봤을 텐데 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을까?
공정이 끝날 때마다 검측을 했을 텐데, 왜 감리는 몰랐을까?
투자운용사는 현장에 한 번도 안 들어가 봤다는 것인가?
시공사도 나름 대기업인데, 자신들의 실수를 몰랐다는 건가?
왜, 내 눈에만 보인거지?
수많은 의문을 남긴 채,
나는 그저 현장에서 오는 답변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