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에 기분 좋게 일어났다. 빗소리는 날 행복하게 하고 마음에 평안을 준다. 아이들은 어제 행군을 해서인지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난 그들의 텐트 위로 타프를 쳐주고 내 자리는 정리했다.
아이들이 머물 2호점을 어디로 정할지 마을을 둘러봤다. 1호점과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마을과는 인접한 곳이 좋겠다는 생각에 몇 개의 집을 둘러봤다.
마을 한 바퀴를 돌다 보니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타프 아래에 숨었다.
‘다닥다닥 다다닥’
갑자기 비가 와 운치가 좋았다. 운무가 끼면서 이색적인 풍경도 연출됐다. 마을 회관으로 뛰어가 큰 솥을 가져왔다. 버너 위에 물을 넣고 끓였다. 내가 시끄러웠는지 하나둘 일어났고, 우리는 타프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라면을 끓여 먹었다. 잊지 못할 풍경 앞에서.
점심은 마을 회관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먹고 2호점으로 같이 가봤다. 비가 와서 그새 풀이 더 자란 것 같았다. 모두들 귀신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지만 곧바로 1호점을 보고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공간은 사람의 온기가 있냐 없냐가 중요해.”
어느덧 나도 철학가가 다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이런 말도 할 줄 알다니…
내일부터 우리는 직접 제초작업을 하고 된장을 붙일 것이고, 쌀뜨물을 끼얹을지도 모른다. 제초작업이 끝나면 해머를 사 와 흙벽을 부수고 대청소를 해서 이곳에 온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철거를 완료하고 내부를 살펴보니 이곳은 세 명이서 지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모든 실들은 오픈형으로 계획할 예정이다. 문으로 구획하지 않고, 각 실은 가구 배치로 공간을 나누거나 인도네시아 풍의 천으로 도어 커튼 정도만 설치할 생각이다.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만 보장하고, 함께 어울려 지낼 수 있는 공간이 컨셉이다. 소통할 수 있는 2호점.
이곳의 담장은 살릴 것이다. 돌담 자체가 이곳의 분위기를 극대화시켜 줄 것이다. 마당 한켠에는 부서진 절구통을 땅속에 묻어 화로대로 사용할 생각이다. 언제든 불을 피워 불멍과 함께 우리만의 파티를 즐기기 위해서다.
계획은 다 세워졌다. 아이들은 이미 신이 나 있었고,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나머지 큰 부분은 전문업체의 힘을 빌려 완성했고,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마당을 꾸미는 일과 고랭지밭 제초작업에 힘 쏟았다.
매일 아침 이들은 이곳에서 해돋이를 볼 것이고, 저녁 무렵 노을을 감상할 것이다. 비 오는 날은 비 오는 대로, 눈 오는 날은 눈 오는 대로 그들만의 추억을 기록하고 눈에 담을 것이다.
이곳은 그렇게 사람들에 의해 온기가 채워지고, 그들의 마음속에 각자 보고 느낀 것들이 오래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