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전세 ep.2

왕들은 웃고 있다.

by Celloglass

매스컴에서는 매일같이 전세사기 뉴스를 다룬다.


정부는 강도 높은 조사를 하겠다며 단단히 벼른 듯 하다.


뉴스 화면에는 각종 왕족들이 등장한다.
빌라왕.
전세왕.
전세사기왕.


나는 전 재산을 날리게 생겼는데,
저들은 사기를 치고도 '왕'의 칭호를 받는다.


세상이 이래도 되는 건가.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저들이 왕이 맞을까?


그저 보여주기 위한 처벌 대상,
낙인찍기 좋은 얼굴이었을지도 모른다.


정말로 처벌받아야 할 사람은,
이미 진짜 왕족이 되었을 것이다.


서울에서 가장 비싼 고급 주거지에서
아이들은 "아빠 최고!"를 외치며 자란다.
늘 거실에 드러누워 있던 아줌마는
똥배를 감추기 위해 샤랄라 드레스를 입고
하인들 사이를 누비며 웃을 것이다.


왕의 주차장에는 로버트처럼 생긴 차들이 줄지어 있고,
그들은 매일 밤 와인을 들고 파티를 연다.


그 모든 호사 뒤에는,
어느 날 부푼 꿈을 안고 희망으로 가득 찼던
누군가의 젊음이었고, 인생이었다.


어떤 이는 피땀 흘려 모은 돈에 대출까지 얹어
코딱지만 한 방에 겨우 입성했어도 행복했을 것이다.


“이제부터 내 인생은 여기서 새롭게 시작하는 거야.
나는 잘될 거야!”


머릿속에 십수 년의 시간들이
영화처럼 스쳐갔을 것이다.


반지하에서 시작해
월세를 전전하고,
겨우 목돈 모아 허름한 전셋집에서
바선생과 동거하던 그 순간을 벗어나
조금은 사람답게 살 수 있겠다 싶었을 것이다.


새집에 입주한 첫날.
조그마한 방에서
지금의 왕족들처럼 와인의 축배를 나눴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행복 뒤에 닥쳐올 삶을 상상도 못 한 채.


그때는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2년 뒤,
지상 최대의 호구가 될 줄을.


왕족들을 위해 내 평생 모은 전 재산을
헌납하게 될 줄을.


그들은 몰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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