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ep.10 용도변경

by Celloglass

식당이나 카페, 상가를 임대해 장사를 해본 사람이라면 ‘용도변경’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대부분은 권리금을 주고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건축물의 용도가 맞지 않다면 반드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용도변경은 보통 건축사사무소에서 진행한다. 비용은 소규모의 경우 보통 100만 원 내외가 발생한다. 난이도가 높은 업무는 아니지만 여러 부서와 협의해야 하고, 현장의 불법 용도 여부도 확인해야 하기에 소정의 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서 말하는 대상은 대형 상가건물이 아니다. 오래된 허름한 건물에서 1층만 상가였는데 사정상 2층도 상가로 쓰거나, 소규모 상가들이 입점한 건물을 말한다. 이런 곳에서 장사를 시작하는 분들은 대부분 어려운 가정경제를 일으켜 보려는 분들이다. 보증금이 싼 곳을 찾아 시작하는 입장에서 용도변경 비용은 한 달 월세와 같은 부담이 된다.

모든 행정 절차에는 건물의 크기와 상관없이 복잡한 과정이 존재한다. 그래서 어느 부분까지 완화가 가능한지 정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소한 소규모 건축물만이라도 이런 사회적 비용 없이 장사를 시작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

다양한 방법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방법적으로는, 정부와 대한건축사협회가 협업해 재능기부 형식으로 용도변경을 지원하고, 건축사업무 외 발생되는 소정의 비용을 정부가 보조하는 방안이다. 대한건축사협회는 사회적 책무를 다한다는 차원에서 자발적 참여자를 모집한다면 나서는 건축사들도 많을 것이다. 재능기부와 소정의 정부 보조라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방법은 제도를 완화하는 것이다. 용도변경 절차 대신 신청서 한 장으로 담당 공무원이 처리하도록 바꾸는 것이다.

물론 어느 범위까지 완화할지는 사회적 논의는 필요하다. 용도변경은 소방서, 장애인편의증진센터 등 수많은 기관과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이런 행정 처리는 국가나 기관에서 지원하자는 얘기다. 현재 인력으로 한계가 있다면, 지역 건축사회와 협약을 맺거나 공무원을 추가 고용하는 방법도 있다. 일자리 창출도 되고 얼마나 좋은가.

무엇보다 정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이런 사회적 공헌 활동은 협회에서 자발적으로 제안해보는 게 더 실효가 높은 방안이라 생각한다. 말로만 존재하는 ‘건축사 윤리선언서’가 아니라면 말이다.

우리 스스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여나갈 때, 비로소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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