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ep.11 기계식 주차장

by Celloglass

우리의 주차장은 지상과 지하에 직접 운전해서 주차할 수 있는 자주식 주차장과 기계식 주차장으로 나뉜다. 도심지 협소 빌딩일수록 자주식 주차장은 찾아보기 힘들고, 기계식 주차장으로 설계된 곳들이 많다. 작은 공간에 적층해서 주차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많은 주차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상으로 솟아오르는 타워형이든 지하층에 팔레트를 적층하는 방식이든 기계식 주차장은 기본적으로 밀폐된 공간이다. 그렇기에 화재가 발생하면 막대한 재산 피해는 피하기 어렵다.

2023년 12월 17일, 한밤중 인천 남동구의 한 호텔 주차타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주차타워는 전소되었고, 호텔 투숙객을 포함해 5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2024년 7월 12일에는 경기도 화성 남양의 아파트 기계식 주차타워에서 불이 나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밀폐된 구조 특성상 연기와 열은 수직으로 빠르게 확산된다. 순식간에 화재가 번지는 이유다. 주차타워는 구조적으로 최상부에서 화재를 진압해야 효과적이지만, 건물보다 높은 경우도 많아 진입 자체가 어렵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차량이 모두 전기차로 세대교체를 이루게 될 것이다. 전기차에는 대용량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어 화재가 발생하면 연쇄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것이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다면 그 파장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전기차가 확산되면서 도심지 주차장에는 수십, 아니 수백 대의 폭탄 같은 전기차가 한 곳에 모여 있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자체 화재도 문제지만, 위로 열과 화염이 확산될수록 연쇄 폭발로 이어진다.

우리는 이미 뉴스로 지하주차장 전기차 폭발 장면을 목격했다. 자주식 주차장 내 차량 화재로 수십대 이상 피해가 발생했고, 세대 내부까지 그을음이 스며들었다. 결국 제조사 지사장이 고개 숙여 사과하며 피해 보상을 약속했다.

만약 그 화재가 기계식 주차타워에서 발생했다면 어땠을까. 내부의 다른 전기차와 함께 연쇄 폭발로 이어졌다면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현재는 기계식 주차장의 허용 무게를 초과한 전기차가 많아 아직은 그런 상황이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곧 모든 차량이 전기차로 바뀐다면 결국 기계식 주차장의 허용 무게 기준도 강화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도심에서는 기계식 주차를 활용하지 못하면 주차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도로는 좁고, 땅은 협소하다. 기존 방식의 기계식 주차 없이는 늘어나는 차량을 감당할 방법이 없다.

친환경을 내세운 기술 변화는 빠른데, 그 변화를 담아낼 공간은 진화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서야 화재 시 전기차 한 대를 진압할 수 있는 하부 관통형 방사 장치나 질식소화포 같은 장비가 개발되었다.

뒤늦게 소화방법을 고안했지만, 전기차 주차구획에 한정된 대비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술의 변화에 맞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모든 주차장이 그 변화에 맞게 대비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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