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법의 감수성에 대해 논한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자각하지 못하는 거 같다.
현재 집이나 건물에 접이식 어닝을 설치했을 경우 불법 증축으로 볼 수 있느냐가 이슈다.
첨부된 의견제출서 검토결과 회신 내용이 과간이다.
“접이식 어닝도 기둥이나 벽체가 지지하면 건축물로 판단이 가능하오니 적법하게 자진정비 해주시기 바랍니다.”
말 그대로 “철거하세요.”라고 말하고 있다.
건축법에서 말하는 건축물이란 토지에 정착하는 공작물 중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는 것과 이에 딸린 시설물(중략)
기둥이나 벽에 전단지 붙이면 건축물인가? 무엇이 되었든 부착하는 거 자체가 불법이란 것인가.
우리의 법은 감수성이 없다. 문제 될 소지를 스스로 찾는 것 같다. 전국을 뒤져 모두 전수조사해라. 그리고 다 자진 정비 시켜라. 그 사태는 일개의 공무원이나 지자체 수준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래된 주택의 지붕에 덧씌운 경량 지붕을 우리는 자주 본다. 물론 건축법상 높이의 증가는 증축이 맞다. 불법이다. 그렇다고 모두 원상복귀 명령을 내린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 아닌가. 실제로 몇 개월 전 한 마을을 불법천지로 만들었던 실화다.
도대체 법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법은 누구를 위해 만들었으며 무엇을 위해 행사하는가.
집에 물이 샌다고 지붕을 덧댄 개인에게 원상복귀 명령을 내리고 과태료 처분을 정당하다고 생각하는가.
유튜브에서 한 판사님이 이슈다.
아픈 자식을 위해 과속한 아버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의 과정이 불법을 했다고 법에서 정한 형량을 적용하지 않았다.
그 판사님의 모든 판결엔 누구나 납득할 만한 감수성이 존재했고, 재판과정을 유튜브에 공개해 공감을 얻고 있다. 그를 본 어느 누구도 잘못된 판결이라 하지 않는다.
우리는 탕비실에 비치한 초코파이 몇 개와 커피를 가져갔다고 유죄를 선고하는 나라다.
법에서 정한 형량을 적용하는 게 정당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돈이 많은 이들은 법의 논리를 논하며 모두가 수긍하지 못할 감형과 무죄를 받는다.
우리의 법은 잘못됐다. 정확히는 적용 자체가 잘못됐다.
우리의 모든 제도와 법은 책임과 처벌을 위해서만 존재한다.
나는 건축사다. 내가 직접 발 벗고 강남 빌딩들 전수조사해서 고발해 주길 바라는 것인가. 그렇게 한번 뒤집어 드려야 속이 시원할까 싶다.
공무원이면 공무원답게 법을 해석하고 법의 감수성을 발휘하길 바란다.
법은 국민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 국민을 탄압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