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아웃 ep.1 Log-out

by Celloglass

10년 전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구글이 구글어스를 만들고, 스케치업이라는 3D 프로그램 회사를 매입했다. 그 움직임은 구글어스에 3차원 지도를 구현하려는 방향처럼 보였다. 그렇게 되면 결국 내 직업도 언젠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 건축사들과 얘기했을 때 반응은 한결같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쪽이었다.
“우리는 다르다.”
“모든 땅이 다르고 건물의 형태와 용도가 다른데 컴퓨터가 대신할 수 없다.”


나는 생각이 달랐다.


이후 스마트폰이 나왔고, 핸드폰으로 TV를 보게 됐다. 우리는 이것을 혁신이라 불렀고, 전자제품의 최강자였던 노키아, 모토로라, 소니 같은 이름들은 역사의 뒤편으로 밀려났다. 그들도 아마 “우리는 다르다”라고 자만했을 수 있다.


스마트폰 세대로 전환되며 시장이 앞치락뒤치락하는 순간에도,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정해져 있었다. 결국 스마트폰 경쟁의 핵심은 소프트웨어였다.


뒤늦게 자체 OS 바다(Bada)라는 이름으로 개발에 뛰어든 삼성도, 오래 끌고 가기는 어려웠다. 결국 자체 개발을 접었고, 하드웨어에 더 집중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잡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지만, 판매량이 뒤처지는 애플보다 영업이익이 적은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건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일론 머스크는 금융 창업으로 큰돈을 번 뒤, 전기차와 자율주행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시기상조라며 비웃던 분야였다. 실패가 반복될수록 조롱은 더 커졌고, 시간이 지나도 논쟁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결국 ‘자동차의 경쟁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간다’는 방향은 더 뚜렷해졌다. 애플이 애플카 개발을 접은 이유도, 그 방향을 현실로 만들기 어렵다는 판단과 무관하지 않았을 거라고 본다.


우리는 또다시 시대 변화를 직면하고 있다. 지금은 AI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 종일 AI와 일상을 공유하며 산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카톡을 붙잡고 살았던 시간이 있었다면, 그 자리를 이제는 각종 AI가 대신하고 있다.


우리는 과거 예측했다. AI의 시작은 공공영역과 단순 노동부터 대체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은 빗나갔다.


지금 AI는 화이트칼라에게 먼저 칼날을 들이밀고 있다.


이미 많은 회사에서 신입사원 채용은 줄어들고 있다. 신입에게 맡기던 자료조사와 정리, 보고서 초안 작성 같은 업무를 AI가 몇 분 만에 처리한다. 오탈자 없이, 논리적으로.


단순 명령만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든다. 단 몇 초 만에.


수년 전부터는 의료 영상 판독에서 AI가 의사보다 앞선다는 뉴스가 계속 나왔다. 바둑은 더 직접적이다. 세계 1등 기사도 AI 앞에서는 힘을 못 쓰고, 요즘 전자 바둑판에는 AI가 탑재돼 한 수 한 수 둘 때마다 승률이 표기될 정도다. 많은 기사들이 그걸 훈련용으로 쓴다.


지금의 AI는 그 전의 혁신과는 양상이 다르다. 과거 스마트폰은 삶을 바꿨지만, 직업을 정면으로 위협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AI 혁신은 다르다. 사람의 영역으로 보였던 것까지 넘어온다.


어쩌면 내 인생도 AI에 의해 강제로 로그아웃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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