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인부 Ep.1 발단

by Celloglass

2022년부터 부동산 위기가 터졌다. 분양 시장은 미분양으로 버티기 시작했고, 몇 해 동안 호황을 누리던 건설업은 치솟은 공사비만 남긴 채 하나둘 꺼져갔다.


경기는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수많은 부동산 회사와 건설사가 문을 닫았고, 우리 업도 예외가 아니었다. 휴업이든 폐업이든, 각자의 사정에 맞게 몸집을 줄이며 각자도생의 길로 들어섰다.


우리가 하는 일과 투기는 본질적으로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같은 굴레에 엮인다. 같은 취급을 받고,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 한 번 받지 못한 채 공범처럼 함께 사라져 간다. 나도 그랬고, 다른 누군가도 그랬다.


이번 위기의 시작은 금융이었다. 시행사나 건설사, 그리고 우리 같은 건축사들의 ‘소행’이라 부르기에는 구조가 다르다. 시행사의 무리한 사업을 금융사가 덥석 물었고, 더 나은 수익을 위해 무리한 대출로 판을 키웠다.


PF에 진심이 아니었다면 부실은 여기까지 번지지 않았을 것이다. 실적을 위해 시작된 제로섬 게임이, 정작 책임과 손실은 그들에게만 묻히지 않은 채 수년째 방치돼 있다.


나는 전 정권 시절 PF 부실이 현실화되길 간절히 바랐다. 썩은 고인 물을 제대로 인식하고, 정면으로 바라보길 바랐다. 그런데 그들은 PF 부실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명분으로, 6개월씩 책임을 연장하며 시간을 끌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었다.


그런데도 어느 누구도 금융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그들은 사업이 잘되면 잘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이익을 얻는 자리에 있다. 수익이 나면 확정 이자를 챙기면 되고, 부실이 나면 대물을 받아 공매로 돌려 채권 손실을 처리하면 된다. 어느 쪽이든 그들에게 ‘불리함’은 좀처럼 존재하지 않는다.


번외로 말하자면, 그래서 금융사는 ‘책임준공’을 이유로 건설사에게 확약서를 받아 리스크를 넘긴다. 그리고 그 리스크를 감당하는 조건으로 공사비는 더 높아진다. 서로가 서로에게 악어와 먹이새 역할을 충실히 해온 셈이다.


문제는 한 번 조성된 가격이 내려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괴물들만 그 경계선에서 살아남는다. 그 가격을 조정하는 것도 결국 그들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한 번 각인된 문제를 뒤집어 보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피해자인 양 서로를 옹호하고, 이 상황에서도 호황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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