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아웃 ep.4 대이동

by Celloglass

서울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서울은 일자리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대다수는 지방으로 이동하게 되고, 우리의 아파트도 하나둘 비는 곳이 생긴다. 부동산 신화도 앞으로는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기회는 지방과 농어촌에서 먼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자정작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실은 여전히 무분별한 개발로 환경을 파괴한다. 인구 감소는 수십 년 전부터 시작됐는데도, 사람들은 자산 증식을 위해 부동산을 여러 채 소유하려 한다. 가장 좋은 투자처이자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앞으로의 삶은 ‘안전’이 아니라 ‘불안정’ 쪽으로 기울어간다.


인구가 줄면 해외에서 인구를 더 받아들이면 된다는 말도 나온다. 말은 쉽다. 그런데 그 방식이 곧바로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는다. 지역이 유지되는 방식 자체가 바뀌는 중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관광 자원은 많다. 문제는 쓰는 방식이다. 한 지자체가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모두가 따라 하고, 요즘은 출렁다리 없는 곳을 찾기 어렵다. 모노레일을 설치해 홍보하지만, 굳이 그곳이 아니어도 비슷한 경험은 어디서든 할 수 있다. 이동의 편리함과 상징성을 준다고 하지만, 결국 남는 건 훼손된 자연경관인 경우가 많다.


정치 얘기는 배제하는 게 내 원칙이었지만, 여기서는 한마디 하자면, 정치가 손대는 개발은 종종 “크고 높은 무언가”에 집착한다. 유명한 장소에 가장 크고 높은 것을 세우고, 설치하고, ‘기념비’를 남기려 한다. 지역 발전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누군가의 업적 표식이 되는 경우도 많다. 그걸 지역이 오래 감당한다.


우리는 늘 편하고 빠른 방식을 택한다. 그리고 그 대가는 늦게 온다. 실패라는 형태로.


사람들은 이동할 것이다. 지금도 귀농·귀촌으로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계속 나온다. 그런데 대부분은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자신의 삶이 후퇴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백화점과 대학병원이 없어서 못 간다고 한다.


나는 이 지점이 결국 뒤집힐 거라고 본다. 그 시기가 되면 대학병원은 오히려 지방 거점 병원을 더 키우거나 기능을 분산시킬 것이다. 병원을 ‘굳이 안 가도 되는 방식’이 커질 수도 있다. 몸에 붙은 장치가 건강 상태를 계속 읽고, 문제가 생기면 이동 자체가 자동화되는 시대가 올 수 있다. 자율주행 앰뷸런스가 당신을 데리러 오는 장면도, 더 이상 SF로만 남지 않는다.


백화점도 다른 형태로 바뀌기 쉽다. 몸을 3D 스캔해 두고, 메타버스에서 내 캐릭터가 움직이며 옷을 고른다. AI는 거울이 아니라, 내 시야 안에서 ‘내가 직접 착장 한 모습’을 보여준다. 쇼핑의 핵심은 장소가 아니라 데이터가 된다.


앞으로의 시대는 장소가 덜 중요해진다.


지금의 삶을 로그아웃하고, 새로운 로그인을 준비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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