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인부 Ep.2 암흑

by Celloglass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지면 가장 먼저 건축사사무소가 타격을 입는다. 뉴스에서는 공인중개사 폐업 수만 관심을 갖는다. 실상은 같다.


일이 없다. 연락도 없으며 더 이상 검토 의뢰도 오지 않는다. 그렇게 나는 잠시 쉬어가기로 방향을 결정했다. 더 이상 고정적 지출과 기존의 대출금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잠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보통인부의 삶을 잠시 살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이번 기회에 더 건설현장에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며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시작했다.

보. 통. 인. 부


흔히들 건설현장의 최말단의 삶을 데모도, 잡부, 개잡부라 부른다. 현재는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건설기초보건교육”을 이수해야 된다. 기본 교육시간 4시간 교육비 6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4시간의 교육을 이수하면 교육증이 발급되며, 인력사무소를 통해 배치된 건설현장에 안전교육을 받을 때 신분증과 함께 제출해야 된다.


건설기초보건교육 이수증의 발급과 함께 우리는 “반장”이라는 호칭으로 통일된다.


인력사무소를 통해 건설현장에 투입되려면 보통 새벽 4시 반에서 5시 반사이에 도착을 해야 된다.


경기상황이 불황임을 알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자리마저 구하기 어려운 현 상황이다. 낱일이라고 불리며 누구든 의지만 있으면 일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은 옛말이다. 주중 하루만 쉬어도 내가 나가고자 하던 자리는 사라진다. 그리고 하염없이 새로운 현장이 구해질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현실이다.


반장이란 호칭은 존재하지만 우리의 직무는 “보통인부”로 구분된다.


주로 공사 중 필요한 자재 양중, 현장 정리 및 청소가 주 업무가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안전시설을 만들거나 보강하는데 일손을 돕고 중장비 곁에서 신호수 임무를 하게 된다.


주요 공정의 임무를 수행하시는 분들의 곁에서 임무수행에 필요한 선행 작업을 하는 역할이다. 어떨 땐 편하게 하루를 보내고 어떨 땐 고단한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그렇게 그들은 각자의 반장으로서 자신들의 임무에 충실히 임한다.


반장 중에도 보이지 않는 계급이 있다.


나와 같은 반장들을 데리고 작업을 진행하는 작업반장.

작업반장들을 총괄하는 총괄반장이 존재한다.


보통인부 내에도 보이지 않는 계급과 체계가 존재하며, 그들을 통해 일이 분배되고 매일매일의 작업이 진행된다.


가끔 보면 군대 같다. 건설회사 직원들은 장교. 반장들은 부사관처럼 보이며, 그 둘 사이 군대와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존재한다.


그들과 함께하며 나는 다시 이등병으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

그리고 더 면밀히 현장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어찌 보면 지금의 시간은 나에게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도약을 위한 수련의 시기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오늘도 새벽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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