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인부 Ep.5 안전모

by Celloglass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건설현장에서 안전모를 쓰지 않거나, 턱끈을 풀고 다니는 모습은 흔했다. 하지만 두 가지 결정적 사건이 대한민국 건설 안전의 패러다임을 바꾸게되었다.

성수대교 붕괴(1994년)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개별적으로 한 사건만 일어나도 엄청난 비극의 순간이지만, 우리나라에서 1년 간격으로 벌어진 실화다. 이 거대 참사들은 국민들에게 ‘안전’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의 강화를 통해 노동자 본인 뿐만 아니라 사업주에게도 강력한 처벌을 내리기 시작했다. 대형 건설사의 시스템 도입까지 이뤄지며 30여년 만에 안전모 착용이 정착되었다.

우리나라는 건설 역사로 본다면 선진화의 길에 들어선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아파트 건설현장 출입 시 음주 측정이 자리잡아가고 있고,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해 혈압 측정도 한다. 대형건설사가 아닌 현장에서는 영하의 날씨에만 이뤄지지만 그래도 대단한 발전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누군가에게는 음주와 혈압 측정으로 하루 일을 못하는 상황일지는 모르겠으나, 사고나 급성 의료적 상황 발생으로부터 보호를 받는 것이다. 또한 외부 온도 영하 10도 이하가 되면 근무 인력을 최소화하거나 옥외 작업을 금지하는 현장도 있다.

모든 작업 환경이 완벽할 수는 없겠으나, 작은 노력이 건설현장 선진화로 다가서는 한걸음되지 않나 싶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관리 가능한 건설사에 국한된 얘기일뿐 대부분의 소규모 건설현장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관리가 부실하며, 최소한의 안전대책으로 현장을 운영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대형건설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치부하기에는 무모함이 있다. 하루 하루 공정을 이어가야되는 건설사로서는 막대한 잣대를 가져대기보다 인력수급이 우선일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대형 메이저 건설사의 경우 만 65세 이하의 인력만 수급하길 원한다. 하지만 그 외 다수의 건설사들은 한명이라도 더 필요할 수 있다. 브랜드가 없는 현장일수록 보통인부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이유다.안전을 위해서다. 사고 예방의 목적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생존이 달린 문제일수도 있다. 안전을 이유로 누군가의 생에 나이로 그 사람의 사회적 활동을 제한하는게 옳은 일인지는 심도있게 논해야될 일이지 않나 싶다. 단순히 숫자로 그 사람의 역량을 판단하는 행위는 합리적이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작업 도중 술을 마시는 행위와 안전모 미착용 관례는 많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건설 문화 선진화를 만들어 갈 수록 소형 건설현장의 문화도 상향 견인되리라 믿는다.

작가의 이전글보통인부 Ep.4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