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인부 Ep.6 근로자 휴게실

by Celloglass


건설현장 근로자의 건강 보호와 휴식권 보장을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휴게시설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다. 2023년 8월부터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소규모 현장도 설치 의무가 생겼다. 그런데 법이 생겼다고 해서 현장이 곧바로 바뀌는 건 아니었다. 대부분의 현장은 여전히 ‘관리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했다.


아파트 건설 현장은 이런 규정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준비돼 있다. 휴게실도 갖춰져 있고, 규정에 맞추려는 움직임도 빠르다. 반대로 소규모 현장, 그리고 더 사각지대인 토목공사 현장에서는 미비함이 자주 보인다. 같은 법인데 체감은 전혀 다르다.


인천의 한 도로포장 공사 현장에서 일주일간 근무한 적이 있다. 시에서 발주된 공공사업이었다. 신설 도로 확장 공사였는데, 근로자 휴게소는 현장 사무실 쪽에만 존재했다. 도로 공사의 특성상 근무 위치는 계속 이동하고, 사무실은 몇 킬로미터씩 떨어져 있었다. 근무 도중 그곳으로 걸어가 쉬고 오기에는 현실적으로 역부족이었다.


더군다나 간이 화장실조차 없었다. 결국 근로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해결해야 했다. 기본적인 생리적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이 노상방뇨 해야만 하는 현장을 목격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공공 공사였기에 더 믿기 힘들었다.


감리는 수시로 현장을 드나들었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지적하거나 권고하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 우리네 건설의 관심사가 아파트에 집중되다 보니 산업안전보건법도 아파트 현장만 들쑤시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한 이유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내가 느낀 도로공사 현장 일주일 체험은 그랬다.


식수 문제도 비슷했다. 모든 현장이 그렇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근로자들에게 식수를 기본으로 공급하는 현장은 드물었다. 하루 종일 바람과 햇빛을 피할 수 없는 도로공사 현장도, 분진과 먼지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파트 현장도 생수를 지급하지 않았다. 혹서기에는 지급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면서, 그 외 환경에서는 제공하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로 보였다. 하지만 하루 종일 미세먼지와 사투를 벌이는 근로자 입장에서는 물이 가장 절실했다.


그나마 필요한 물품을 챙겨주는 관리자들은 대부분 안전관리자들이었다. 본연의 임무가 안전을 담당하다 보니 핫팩과 물, 방진 마스크 같은 물품을 수시로 제공했다. 반대로 다른 관리자들은 오늘의 업무량을 달성하기에만 급급해 보일 때가 많았다.


대형 건설사 중 우리가 살고 싶어 하는 아파트 브랜드의 건설사들은 더 철저하다.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최우선으로 관리한다. 이상행동이 발생되거나 사소한 규칙이라도 어기면 바로 퇴출시키기도 한다. 빨리빨리보다 안전이 우선이고, 편의보다 규율과 원칙이 앞선다.


결국 중요한 건 제도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현장에서 안전과 보건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느냐의 문제였다. 그리고 그 시작은 근로자 휴게실 같은 아주 기본적인 공간에서 드러난다. 쉬는 자리 하나, 숨 돌릴 공간 하나가 그 현장이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여주는 첫 장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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