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세 번째 미팅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공기가 다르다.
좋을 리 있겠나.
본인들 일 방해하는 ‘훼방꾼’이 왔는데.
어색한 분위기 속에 축구부원들과 섞여 자리를 잡았다.
첫 미팅 때 봤었던 노인네가 내 앞자리를 차지했다.
… 감리단장.
오늘의 미팅.
큰 기대는 없었다.
이슈는 세 가지.
공사비, 설계변경, 그리고 내가 지적했던 지하층 가설 기둥.
회의는 형식적으로 끝났다.
잠시 뒤, 곰이 따로 보자며 방으로 불렀다.
곰의 동굴.
곰이 말문을 열었다.
자기도 그게 가설기둥인 줄은 알았단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불안해 보여서 보강을 했다는 이야기였다.
창의적 발상이었지만, 너무 하수의 답을 가져왔다.
그래서 되물었다.
‘설계변경 하셨나요?’
‘건축과에서도 알고 있나요?’
곰은 대답이 없었다.
본인 경험상
“사용승인 무리 없이 날 거다.”
“주차관리과도 전부 협의됐다.”
“구조 보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둥이 돌출되었다고 설득이 다 됐다.”는 얘기다.
그래서 말했다.
“문서로 주세요.”
“누가 공무원이 그런 걸 문서로 주나요.”
“그럼 제가 어떻게 판단하죠?”
맞다.
라는 말이다.
현장직들은 대부분 행정처리에 미숙하다.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낮다.
서류 한 장 때문에
행정처분을 받기도 하고,
자격이 정지도 된다.
심각한 경우 구속의 사유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늘 허술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들이 자기 자격증에 ‘업’을 걸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현장 직원들 대부분은 ‘건축기사’ 자격을 갖고 있다.
기술직으로선 훌륭하지만, 책임의 무게는 다르다.
건축사 자격은 다르다.
산업인력공단이 아닌, 국토교통부 장관 명의로 발급된다.
잘 나가든 못 나가든
돈을 잘 벌든 못 벌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 자격사항 자체의 무게감을 스스로 알아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나를 무시했다.
그들은 나를 돈으로 설득하려 했다.
“이번 일 무마해 주시면, 사례드리겠습니다.”
곰은 나를 잘못 본 것 같다.
나는 돈으로 흔들리는 사람 아니다.
그래서 말했다.
‘얼마나 주시려고요.기왕 주실 거면 10억쯤은 줘야 하지 않겠냐는 말로, 돈으로 움직일 사람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했다."
거래는 물론 무산됐다.
내가 돈을 받겠다는 건 아니다.
너희의 잘못은 그 이상의 문제다라는 의미다.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현장을 주도하고 있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더 이상 업계에 남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