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전세 ep.7

무덤이 된 전세

by Celloglass

전세사기는 이제 정치의 한복판에 있다.

관련 법안이 줄줄이 생기고, 지원 정책이 속속 발표된다.


가해자는 강하게 처벌한다. 분양건축물은 대부분 주거 형태다.


아파트, 도시형 생활주택, 오피스텔… 우리가 익히 아는 상품들이다.


이런 건물은 상당수가 시행사가 직접 토지를 매입하고 개발한다.

토지를 계약하면, 이후 사업비는 대출금으로 충당된다.


이게 뉴스에서 자주 보던 PF(Project Financing) 구조다.


분양이 잘되면 문제가 없다.
분양 대금으로 공사비를 내고, 대출금을 갚으면 된다.
하지만 미분양이 많아질수록, 공사비와 대출 상환은 곧 막힌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불패 신화’는 사라졌고,
분양건축물들도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과거 시행사들은 이 위기를 넘기기 위해 ‘전세 활용’이라는 자구책을 썼다.
완공된 건물을 시행사 명의로 두고, 세입자를 받아 전세금으로 목돈을 확보한다.


그 돈으로 밀린 공사비와 이자를 메우며, 최소 2년의 시간을 벌었다.


시장 회복이 오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번엔 달랐다.
침체는 길어졌고, 회복은 오지 않았다.


받은 전세금은 이미 사업비로 소진됐다.
2년 뒤 계약 만료가 닥치자, 돌려줄 돈이 없었다.

돌파구라 믿었던 전세 활용이 덫으로 변한 순간이었다.


수십~수백 세대의 건물에서 전세 보증금이 한꺼번에 반환 불능 상태가 되자,
이들 역시 법적으로 전세사기범이 됐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그건 곧 구속을 의미한다.


이들은 억울하다고 한다.
“우린 늘 하던 방식대로 위기를 넘기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었다.
과거엔 임시방편이던 방식이, 지금은 범죄의 지름길이 됐다.


이제 전세를 활용하는 시행사는 거의 없다.
미분양이 나면 곧바로 공매로 처분한다.


사기범이 되는 것보다 신용불량자가 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때 시장을 주무르던 시행사들이
이제는 법정과 구치소 문턱을 넘나들고 있다.


나는 확신한다.


전세사기범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방치하면 더 진화할 것이다.
그리고 피해는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다.


돌파구였던 전세 활용이,
시행사들을 오히려 사기의 덫으로 끌어들였다.


잠시 버티려던 자구책이,
부동산 침체 속에서 활기를 띤 전세사기 수법과 맞물리며
그들을 시장의 무덤으로 밀어 넣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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