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전세가격이 하락했다.
임차인은 이번 기회에 전세금을 낮춰주지 않으면 이사를 나가겠다고 한다.
대출 규제는 강화되고,
추가 대출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제는 개인 간 임대인도 전세사기의 피의자로 몰릴 상황이다.
전세기간이 절반 이상 남아 있다면 주택보증공사의 보험으로 전세금 반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문제가 되는 이들은 이미 계약 만료를 앞두고 현실과 마주했다.
방법이 없다.
피해가 이제 개인 영역으로 번지고 있다.
1 가구 2 주택자는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되었다.
전세사기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법으로만 규제하면, 이렇게 억울한 피해자가 생긴다.
우리는 법을 ‘최선’이라 믿지만,
정작 법은 ‘최소한’ 일뿐이라고 말한다.
사회문제가 터질 때마다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
그리고 강력한 처벌을 외친 정치인들은 재선을 보장받는 듯하다.
처벌과 규제는 정의로워 보이지만,
때로는 폭력처럼 느껴진다.
정의의 그림자에 가려, 억울한 피해는 감춰진다.
임대사업자가 범죄자인가.
임대사업자는 국가가 정식으로 허가한 사업자일 뿐이다.
사업자 등록을 하고 세금을 신고하는, 정당한 업종이다.
이게 불법이라면 정부가 처음부터 승인을 거부하면 된다.
매일 뉴스에서는 전세사기 소식이 쏟아진다.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불안해한다.
지금 살고 있는 집조차 불안하다.
빌라 전세가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신축 빌라는 미분양이 속출했고, 소형 건설사들은 줄도산했다.
부동산 중개업소도 거래 절벽에 하나둘 문을 닫았다.
전 국민이 서로를 의심한다.
불씨는 ‘빌라왕’과 ‘전세사기왕’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정부의 어설픈 대응이 전 국민을 불신하게 만들었다.
아파트가 아닌 주거는 곧 범죄와 연결되는 시대가 되었다.
전세를 통한 거주는 불안의 대상이 되었고,
월세가 대안으로 떠오르자 이번에는 월세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두 배, 세 배를 줘도 집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약속했다.
강력한 처벌과 규제로 대응하겠다고.
결과는,
빈대 잡으려다 집 전체를 불태운 격이 됐다.
불안에 떠는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영끌해서 집을 사기 시작했다.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
주거 지옥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그러자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더 강력한 대출 규제를 꺼내 들었다.
그게 정의라고 믿는 듯하다.
서민경제를 외치지만,
집값 하락으로 더 나은 주거환경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정작 없는 사람들은 갈 곳이 없어졌다.
그래서 그들은 떠난다.
더 멀리,
때로는 삶의 기반마저 버려야 할 만큼 먼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