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도감 ep.7

철근 배근

by Celloglass

내 집이나 건물을 짓고 자 마음을 먹으면, 머릿속과 다르게 더디게만 느껴질 것이다. 수많은 심의와 허가를 거쳐야만 비로소 착공이란 걸 할 수 있다.


요즘은 내가 짓고자 하는 땅에 기존 건축물이 있을 경우는 ‘기존 건축물 해체’에 관련된 신고, 심의, 허가를 받고서야 철거가 가능하다.


철거가 완료되고 멸실 처리가 되어야 착공이라는 걸 할 수 있다. 아마 여기까지 오는 데만도 6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이다. 아마 시작과 다르게 이쯤이면 대부분 지쳐버린다.


지하층이 없는 건축물의 경우 기초 땅파기 이후 바로 기초 배근 작업으로 이어진다. 이제야 시작하는 느낌이 들 것이다.


건축물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뼈대 작업을 하게 되는 것인데, 도통 들여다봐도 알기는 어렵다. 온갖 암호 같은 표기들과 도면 한 장으로 모든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리라는 업이 존재한다. 건축사가 현장에서 철근 배근을 확인하게 된다.


바닥을 구성하는 주 철근은 도면으로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 이 경우는 철근과 철근이 이어지는 부분의 정착이름 길이만 제대로 체크해도 큰 문제가 없다. 대부분은 구조적으로 보강이 필요한 부분에 더 많은 철근을 배근하면서 발생한다. 구조기술사가 검토한 길이와 범위만큼 보강해야 되는데 세세하게 파악하지 않을 경우 놓치기 쉽다. 비슷하게 배근되어 있어도 왠지 짧아 보인다거나 범이가 작아 보일 경우는 늘 의심해야 된다.


최근 2층 이상, 200제곱미터 이상 중 용도에 따라 내진 설계 의무 대상이다. 다세대주택이나 다가구 주택처럼 1층의 필로티 구조로 해서 주차장을 구성하는 경우 홀로 서는 기둥은 지진에 취약하다.


포항 지진이 발생했을 때 뉴스에 보았던 다세대주택의 기둥을 보았을 것이다. 철근이 다 드러날 정도로 파괴가 되는 것을.


수직으로 설치되는 철근들은 수평방향으로 힘을 가하게 되는 지진파를 대비하기 위해 띠장이라는 걸 설치한다. 세로 가닥으로 올라오는 철근을 일정 간격으로 묶어주는 개념이다.


포항지진 때 뉴스에 나왔던 다세대 주택의 경우 이 띠장을 제대로 설치 안 했다는 게 여러 기사를 통해 소개된 적이 있다.


철근 배근의 검측은 그만큼 중요하다. 특히 콘크리트 타설 이후에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수직, 수평 모든 철근은 공장에서 일정 길이로 생산되기에 늘 겹침이음을 한다. 일정 길이 이상 겹치지 않았을 경우에는 온전히 인장력을 버틸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중요사항은 도면 한 장으로 파악이 어렵다. 대부분 ‘구조일반사항’이라는 10장 내외의 도면에 이론처럼 정리되어 있다. 각 현장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교과서인 셈이다.


오랜 기간 이 분야에 종사해 왔지만, 대부분 이런 ‘구조일반사항’을 읽어보지도 공부하지 않는다. 당연히 현장에서도 이 중요사항은 체크하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늘 하던 대로 할 것이며, 현장 소장조차 처음 보는 도면취급한다.


우리는 늘 기본을 지키고 준수할 때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배워왔다. 하지만 늘 배움과 실천은 별개인 모양이다.


더 많은 종사자들이 ‘구조일반사항’에 대해 깊게 공부하고 확인하는 문화가 생겨났으면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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