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도감 ep.6

비상주 감리

by Celloglass

나는 건축 공사 중 가장 중요한 위치는 감리라고 생각한다. 시공능력이 뛰어난 건설사라도 결국 설계된 도서대로 시공하는 것이지, 창조하는 시공은 없다.


건축주의 입장에서도 감리는 가장 신뢰해야 할 관계일 것이다. 그리고 감리자들은 자신의 역할에 사명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감리는 규모와 층수에 따라 상주감리와 비상주 감리로 나뉜다. 비상주 감리는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의 경우 최하층 슬래브와 이후 5개 층마다 슬래브 배근, 지붕 배근을 검측하도록 규정돼 있다. 즉 현장에 상주하지 않고 필요한 공정만 확인하는 감리를 말한다.


비상주 감리는 주로 소형 건축물을 대상으로 하며,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로 자리 잡아왔다. 하지만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이 강화되면서 사고 발생 시 감리자의 책임 또한 무겁게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사금액 50억 이상이면 근로자 수와 관계없이 법 적용을 받는다. 현재는 50인 이상 사업장 기준이지만, 5인 이상으로 확대하려는 논의도 진행 중이다. 앞으로 비상주 감리 현장이라고 해서 법 적용을 완전히 피해 갈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건설현장은 크든 작든 공정은 동일하다. 규모에 따라 적용되는 법 조항만 달라질 뿐이다. 그렇다면 소규모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몇 차례만 현장을 방문하는 비상주 감리에게도 동일하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현재 누구도 이 문제를 명확히 답하지 못한다.


국토교통부는 법적 규정 외에 ‘감리업무세부규칙’을 고시해 비상주 감리의 역할을 법 이상으로 확대해 놓았다. 그 결과 법에 없는 사항까지 의무와 책임이 추가돼, 실제 권한보다 과도한 책임을 지는 구조가 되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비상주 감리는 현장을 지휘하거나 개입할 권한이 거의 없다.


이런 모순을 고려하면 비상주 감리 제도는 폐지되는 것이 맞다.


나는 오래전부터 공공 감리제와 비상주 감리 폐지를 주장해 왔다. 현행 제도가 구시대적이며, 강화된 법적 책임에 비해 권한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법에서는 감리에게 공사 중지 명령권이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현장을 중지할 수 있는 구조는 어렵다. 결국 사고가 터져야만 책임을 묻는 구조다.


포항지진 때 기둥 철근이 드러난 장면을 기억한다. 그 건물 역시 누군가의 비상주 감리 아래 지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무너진 기둥에는 지진을 견딜 띠장이 부족했다. 구조기술자 진단도 같았다. 감리의 권한은 있으나 실질적인 견제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중대재해처벌법 강화와 함께 비상주 감리제를 폐지하고, 공공 감리제를 도입해야 한다. 공공에서 감리자를 지정하고 교차 검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건축주에게는 비용 부담이 늘 수 있으나, 정부 지원으로 완화할 방법은 충분히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다. 공공이 주도해야 구조가 바뀐다.


민간에 의존하는 것은 기득권에게 그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다.

그 결과는 제자리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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