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에게 한글 가르치기
내가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말은 “아우 달아”라는 말이다. 미국 음식이 워낙 달아서 나도 모르게 나온다. “달아”를 소리 나는 대로 쓰면 “다라”가 된다. 내가 하도 계속 음식이 너무 달다고 하다 보니 미국인 남친 제이도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카페에서 달달한 라테 음료수를 사서 마시고 있는데 제이가 “This drink 타라”라고 한다. 타라?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니 ‘달아’라고 얘기하고 싶던 것이다. 내가 ‘달아’와 ‘타라’는 다른 뜻이라고 이야기하며 발음을 해줬다.
그런데 제이가 듣기엔 ‘다’와 ‘타’가 똑같이 들린다는 것이다. 전에 외국인들에게 한국어 발음을 들려준 영상을 보니, 영어 화자들은 ‘ㅂ’과 ‘ㅍ’, ‘ㄱ’과 ‘ㅋ’, 그리고 ‘ㄷ’와 ‘ㅌ’ 소리를 잘 구분하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성씨 김 씨는 ‘Gim'이 아니라 ’Kim'으로 표기해도 그네들에게는 똑같이 들리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제이에게 ‘달아’와 ‘타라’가 다른 말이라는 걸 백날 말로 설명해도 이건 한글을 모르면 왜 차이가 나는지 알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딱 30분만 줘”
한글을 가르치고자 맘을 먹었다. 30분 이상 넘어가면 집중력도 떨어질 것 같고, 나는 그 안에 한글을 가르칠 자신이 있었다. 나는 아무 종이나 집어 들고 가나다라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전문 한국어 강사가 아니고 자음, 모음, 음절, 음소라는 용어를 어떻게 영어로 설명할지도 몰랐다.
그에게 윗줄은 자음 패밀리고 아랫줄은 모음 패밀리라고 알려주고, 각 해당하는 영어 음소를 대충 생각나는 대로 적었다.
ㄱㄴㄷㄹㅁㅂㅅㅇㅈ까지 먼저 가르쳐주고, 이 자음의 센 소리인 ㅋ,ㅌ,ㅍ, ㄲ, ㄸ,ㅆ,ㅉ, ㅃ 를 가르쳐줬다.
그다음에는 ㅏㅑㅓㅕㅜㅠ의 모음을 알려줬다.
그리고 이 자음과 모음은 항상 짝을 이뤄야 하고, 사각형 안에 들어가서 모양이 균형이 맞아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내 이름과 그의 이름을 보여주며,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여주니 다 합쳐서 15분이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 연습으로 사랑해를 읽어보게 시켰고 그는 성공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최만리는 “슬기로운 사람은 아침을 마치기도 전에 깨우칠 것이요,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다”라고 하였다. 똑똑한 나의 미국인 남친은 저녁밥 먹고 후식으로 라테 한잔 먹고 단 30분 만에 한글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