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가지마), 같이가..

동료가 많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by 셈트

오랜만에 글을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길 힘이 생겼다.

사실 힘이 생긴 건지, 혹은 현실 정리가 그 발단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일지도.


나는 스스로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는 생에 한 번도 힘들다는 일터에서 친구 만들기를 수차례 하다 보니 그 생각은 확신으로 바뀌고 있다. 마치 내가 부족한 부분을 강점으로 가진 사람들을 드래곤볼 모으듯 곳곳에 숨겨두고, 결국에는 하나로 모이는 그런 '사람들 덕분에'라는 상황이 늘 함께한다. 이런 것들이 더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 그러다 보니 동료들은 우리 스스로를 전우 같은 존재들이라며 씁쓸함을 안고 깔깔대며 웃어 보였다.


지금 그랬던 동료들을 참 많이 잃었다. 열 손가락을 모두 접었다 펴도 간당간당할 만큼의 사람들이 짧은 시간 동안 떠나며 올해 내 사나운 운세에 그나마 강력한 인복으로 이 사람들과 인연이라도 맺게 된 건가.. 싶을 정도로 많은 이별을 했다. 등과 머리를 맞대며 네 일을 내 일처럼 여기던 사람들과 함께한 경험은 추억이나 경력 그 이상의 양분이 되었다. 그리고 건강하고 즐겁게 일하는 방법을 알고, 실천하지만 끝내 좁혀지지 않는 우리의 신념과 현실 환경의 거리는 아직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나에게 누군가의 방패막이 되어준다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책임진다는 것도 두렵지 않았다. 결국에는 서로를 믿고 함께할 사람들이라는 걸 너무 잘 알아서일까, 특별히 내가 그런 사람인지 들여다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랬다. 단지 상식적이지 못한 것에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 나의 불같은 면에 불편했을 동료는 없었을까 걱정될 뿐. 돌아보면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했던 것들이 모두 인생 공부였다.



사내, 조직문화에 이런저런 '대유행'이 휩쓸었던 때가 있다. -씨에서 -님으로, 호칭 대신 모두가 영어이름을 부르는 수평적인 문화, 재택근무, 유연근무 등 편안한 조직 문화와 자유로움 속에서 효율을 끌어올린다는 명분의 다양한 방식이 출몰했다. 모두가 시행착오를 겪고 저마다 맞는 방식을 찾아가고 있겠지만 우리는 그런 제도적, 환경적인 변화를 만들기 전에 진짜로 서로 갖추어야 할 예의, 일을 대하는 태도를 배워야 하지 않았을까. 배움 없이 규칙 속에 들어가다 보니 나에게 비상식적인 것이 너에게는 상식이 되는 상황들이 발생했다. 사회생활이란 부딪혀 가며 배우는 거라지만, 정말로 부딪힘을 인정하고 갈고닦아나가야 의미가 있다.


1부터 100까지 모든 순간이 비상식적이었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101로 넘어가는 순간에 함께할 사람들이 없다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었다는 확실한 결과가 아닐까.

나를 갉아먹는 환경에서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끝없이 들어 벗어나기로 했다. 이별 후에 남겨지는 사람의 씁쓸함과 답답함을 너무 잘 알기에 아직은 내 결정이 마냥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어떻게, 어떤 마음과 얼굴로 해야 할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좋은 사람들과 건강하고 재미있게 일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어 묵혔던 생각들을 기록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