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보관된 문서를 비롯한 수많은 사료, 당대 사회상을 보여주는 언론 보도나 방송 자료 화면들이 다채로운 인터뷰와 번갈아 밀도 있게 배치돼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케이 넘버>는 여타 다큐멘터리와 비교해 크게 다를 바 없는 안정적인 구성처럼 느껴질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가 놓쳐서 안 되는 지점이 몇 군데 있다. 바로 한국에서 자신의 뿌리와 흔적을 찾는 미오카가 휴대전화 카메라로 어딘가를 촬영하는 장면들 말이다.
미오카가 유독 반복하는 행위가 있다. 바로 내가 방문했던 그곳을 사진으로 꼭 남긴다는 점. 남기든 남기지 않든 그건 개인의 자유지만, 어쨌든 조세영의 카메라는 미옥이 그런 식으로 자신만의 기록을 남기는 모습을 잡아내고자 했다. 재밌게도 이런 숏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여러 차례 삽입됐다는 것. 감독이 그런 장면을 굳이 한 구간이 아닌 여러 구간을 강조해서 최종 편집본에 넣은 셈이다. 사실 우리는 미옥이 보육원의 정문을 찍는 건지, 뛰노는 아이들을 찍는 건지, 아니면 오래된 골목길을 찍는 건지, 위탁모로 추정되는 이의 집 주변 자연을 감상하고자 남겨놓는 건지 제대로 알 수는 없다. 미옥이 어떤 광경에 사로잡혀, 무엇을 눈에 눌러담고 기억에 저장하려고 이처럼 열심히 찍는지도 역시 명확한 이유는 모른다. 그렇지만 확실한 건, 미옥이 무언가를 남기려는 모습이 조세영의 카메라에도 담겼다는 것. 그러니 조세영은 미옥의 기록을 자신의 카메라에도 기록해 관객들이 미옥이 어떤 마음으로 기록을 이어갔을지 상상해 보고 생각해 볼 기회를 마련해준 셈이다.
그러니까 <케이 넘버>에서 기록보다 중요한 건, 기록하는 주체를 들여다보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케이 넘버>가 강조하는 ‘기록’은 바로 기록 자체가 아닌, 기록하려는 행위와 그에 따르는 마음에 방점이 찍혀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