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영화

2020.11.20-2020.11.26

by 드플레

<아이 킬드 마이 마더(J'ai tué ma mère)> (자비에 돌란, 2009)


이 영화의 과감한 스타일 체계는 때로는 서사에 종속되기도 하고, 때로는 영화적 맥락이 무색하리만큼 전면에 나서 존재감을 확고히 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감독 본인의 독특한 미적 감각을 일관되게 유지한다는 점이 좋았다. 시공간이 바뀌며 새로운 신이 시작될 때마다 감각적인 몽타주로 제시하는 점이나 특정 구도를 유지하는 쇼트의 활용 등 고집스러운 부분도 쉽게 포착이 됐다. 데뷔작이라는 게 상당히 놀라운데, 자비에 돌란의 후속작들을 차례대로 감상해봐야 알겠지만, 이 작품은 상당히 인상 깊게 보았다. 엄마와 아들의 관계,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되는 소재다. 한없이 복잡하고 꼬여 있고 모순으로 가득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그토록 간결하고 명확하고 농도가 짙은 관계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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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킬드 마이 마더(J'ai tué ma mère)>

<워 독(War Dogs)> (토드 필립스, 2016)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군수 산업 구조의 이면을 슬쩍 들춰낸다. 감독은 이런 소재를 다루면서 신랄한 폭로나 날선 비판 의식을 전면에 부각하지는 않는다. 비교적 가볍게 전개되는 영화의 톤 덕분에 거시적인 차원에서의 풍자보다는 두 사람만의 드라마에 집중하게 된다. 감독은 데이빗(마일즈 텔러)의 보이스 오버를 활용해서 영화를 이끌어 가고, 프리즈 프레임(정지 화면 쇼트)을 배치하고,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하는 등 전체적으로 마틴 스콜세지의 <좋은 친구들>(1990),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3)를 많이 참고한 것처럼 보인다. <조커>(2019)에서도 역시 스콜세지의 <택시 드라이버>(1976), <코미디의 왕>(1983) 등을 레퍼런스로 삼았던 걸 떠올려보면 토드 필립스가 마틴 스콜세지를 꽤나 존경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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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 독(War Dogs)>

<포가튼(The Forgotten)> (조셉 루벤, 2004)


현실 세계에 판타지 요소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려면 상당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치밀한 구성과 설득력 있는 설정을 내세운 훌륭한 작품들이 꾸준히 세상으로 나온 덕분에, 현대의 관객들은 작품의 구조를 파악하는 인지 체계가 고도로 발달해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관객을 다소 기만하는 듯 보인다. 초중반부 제시된 흥미로운 사건의 나열은 초월적 존재의 무분별한 개입으로 급격하게 동력을 잃고 매력적인 서사를 구축해내지 못한 채 무너지기에 급급하다. 줄리안 무어의 연기를 통해 구체화되는 주제도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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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가튼(The Forgotten)>

<마약왕> (우민호, 2017)


한 사람의 일대기를 매력적으로 꾸며내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한 흔적이 보인다. 문제는 조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초반부 편집이 다소 의아한데, 매 쇼트마다 많은 정보가 담겨 있었는데도 커팅의 템포가 상당히 빨라서 몇몇 흥미로운 시퀀스가 제시됐지만 이상하게 와닿는 지점이 없었다. 서사 구조는 비교적 간결하다. 마약으로 흥했다가 마약으로 모든 걸 잃은 한 남자의 비극이다. 그런데, 배우들의 연기와 미장센, 촬영, 편집 등 영화적 질료들이 제각각 어긋나는 것처럼 보여서 상당히 안타까웠다. 자극적이고 내면의 원초적인 본성을 자극하기만 하는 형식적 요소들 각자는 독특한 존재감이 느껴질 수 있지만, 영화를 구성하는 관점에서 보면 매력적인 스타일이라고 하기엔 어렵다. 서사적인 측면과도 어느 정도 맞물려 들어가야 매력이 배가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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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왕>


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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