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영화

2020.11.27-2020.12.03

by 드플레

<모술(Mosul)> (매튜 마이클 카나한, 2019)


종교와 이데올로기, 국가 세력, 민족 간의 이해관계가 지독하게 얽혀갈수록 애꿎은 민간인만 소리 없이 희생당한다. 비록 영화 속 스와트 팀과 같은 사람들이 꼬여버린 복잡한 실타래를 완벽히 풀어 사태를 정상화시킬 수는 없을지라도, 그들의 행동은 분명 의미 있을 것이다. 적어도 그들은 그렇게 믿고 있고, 고난이 닥쳐와도 뜻을 굽히지 않고 생각한 대로 움직인다. 전반적으로 생동감과 스릴 유발을 위해 적절한 템포로 쇼트가 커트된다. 동시에 이라크 내전의 참상을 직시하려는 감독의 의도처럼, 주요 인물의 죽음을 감상적 순간으로 몰아넣지 않으려는 현실감도 고스란히 담겨있는 작품이다.


P.S. 영문도 모른 채 스와트 팀에 합류하여 위기를 겪게 되는 주인공은 언뜻 보면<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Sicario)>(2015)의 케이트(에밀리 블런트)같기도 하다.


MV5BYjU4MWQyYjMtNjJjYS00OTFiLTk4Y2ItYWU2N2UwNGM5Y2M0XkEyXkFqcGdeQXVyODk4OTc3MTY@._V1_.jpg <모술(Mosul)>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 (크리스 콜럼버스, 2001)


공들인 흔적이 느껴지는 세트 디자인, 조명, 분장 등이 근사하게 조화를 이룬다. 매력적인 미장센 덕분에 영화 속 세계관은 관객에게 아주 매혹적인 모습을 뽐낸다.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기에, 영화를 제작할 때 소설에서 묘사된 세계를 어떻게 스크린에 효과적으로 구현할지 가장 고민이 됐을 것이다. 시리즈의 출발로서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오리지널 스코어의 매력 또한 영화를 지탱하는 주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P.S. 사실 영화를 다시 보고 생각을 정리하고 싶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처럼, 나 역시 해리포터 시리즈에 깃든 추억이 많다. 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가슴 한편에 잠들어 있는데, 괜히 그 감정들을 덜어내고 머리가 단단하게 굳은 현재의 감상을 채워 넣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봐야 했으니 어쩌겠는가. 그냥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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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 (크리스 콜럼버스, 2001)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s)> (크리스 콜럼버스, 2002)


영화는 시리즈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확장될 주요 인물들의 갈등 구조 형성을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하고, 후속작으로의 원활한 전개를 위해 적절한 암시를 심어 놓기도 한다. 확실히 전편보다는 전반적인 매력이 덜한데, 이는 단순히 분위기가 무거워진 탓에 있지는 않다. 2편의 미장센은 전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비슷한 무대에서 유사한 요소들이 반복되다 보니, 미장센이나 음악 등에서는 전편 수준의 몰입도를 얻어내기 어렵다.


그렇다면 스토리텔링으로 승부를 봐야 하지만 영화에서 제시된 서사는 상당히 삐걱대는 지점이 많다. 물론, 원작 소설과의 비교는 최대한 지양할 생각이다. 난 소설을 꿰뚫고 있는 사람도 아니고 시리즈의 열렬한 팬도 더더욱 아니다. 어쨌든, 후반부에 톰 리들이 읊는 '바실리스크는 눈이 멀어도 소리는 잘 들을 수 있다'고 하는 아주 친절한 대사나 시공간적 인과성, 연결성이 다소 떨어지는 플롯 전개 등 생각보다 구멍이 많아서 서사적 몰입에 방해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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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비밀의 방(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s)>

<덩케르크(Dunkirk)> (크리스토퍼 놀란, 2017)


전장의 한복판에선 살고 싶은 자와 살아야만 하는 자를 나누는 경계가 무의미해진다. 주인공의 이름이 끝까지 공개되지 않는다. 이름 모를 주인공은 끝내 지옥에서 살아남는다. 어쩌면 카메라가 끈질기게 따라간 사람은 거대한 서사의 주체가 아닌 전쟁에 소모되는 일개 초라한 병사일 뿐이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시공간대를 병치하는 놀란의 기묘한 플롯은 긴밀한 인과관계를 통해 서사와 상호작용하기 위하여 구축된 것이 아닐 것이다. 살고 싶은 자와 살려야만 하는 자들의 본능적인 선택들을 관객이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도록 엮어내려는 순수한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P.S.1. 에필로그 격인 신문 기사를 읽는 보이스 오버 시퀀스는 불필요한 장치였다. 영화 내내 공들이던 작업의 정체성이 퇴색되는 연출이다.


P.S.2. 매우 정교한 사운드 디자인 때문이라도 극장에서 관람해야 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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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Dunkirk)>

<양철북(Die Blechtrommel)> (폴커 슐렌도르프, 1979)


시끄럽게 양철북을 두드리는 소년의 관점을 통해 당대의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기 때문에 각종 메타포와 알레고리 등의 문학적인 질감이 상당히 많이 묻어 나오는 작품이기도 하다. 오스카는 그 존재의 출생 배경부터 지역적, 사회 맥락적인 상징성을 내포한다. 어른들의 세계, 격동하는 사회의 폐부는 오스카의 시선으로 서술되는데, 이때 오스카는 마냥 순수하기만 한 보편적인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점이 독특하다. 신체적 성장을 스스로 거부하는 발칙한 소년은 정신적으로는 이미 사회의 이면을 상당수 꿰뚫을 정도로 성숙해 있는 존재이다. 오스카는 세계와 완벽히 분리된 폭로자가 아니라 세계의 일부로서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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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북(Die Blechtrommel)>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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